세월호와 트라우마

by 김동수

비가 내렸다. 하늘도 아는지 슬프게 비가 내렸다. 당시 전북지사에서 근무하던 나는 사고 다음 날 봉사원님들과 함께 재난대응 차량으로 진도에 도착했다. 처음 오보로 모두가 생존했다는 소리를 들어서인지 더 많은 어린 학생들이 구조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 팽목항

진도에 가까워지자 경찰관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삼엄한 분위기다. 대통령이 오고 있다고 한다. 진도 실내체육관에 도착하니 광주. 전남지사 급식 차량이 배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침수된 세월호가 있는 바다 앞인 팽목항으로 향했다. 진도군에서는 한창 실종자 가족을 위한 텐트를 마련하고 있었다. 바로 그 옆에 전북지사 급식 차량을 위치시켰다. 이렇게 100여 일 동안 실종자 가족과 구조대원들의 급식이 시작되었다.


# 함께 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 구조될 때마다 비명과 울음소리가 들렸다. 더딘 구조작업에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노란 리본이 바람결에 날렸다.

많은 물품과 사람들이 오고 갔다. 모두 간절히 기도했다. 꼭 살아오기를!

실종자 가족 텐트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탄식하는 소리만 들렸다.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봉사원들은 아무 말 없이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처음에는 잘 먹지 못했다. 완도에서 전복을 보내주셨다. 전복죽을 만들어 드리니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상담활동가들은 조금씩 가족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비극

세월호는 2014년 4월 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중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당시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탑승객 476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중 172명이 생존하고 304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 재난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먼저 적십자는 달려갔다. 생존자에게 담요를 제공하고 위로했다. 구호물품을 배분하고 급식활동, 안산 분향소를 운영했다. 국민안전처가 신설되면서 적십자의 재난위기능력을 높게 평가하여 대학이나 병원에 산재된 전국시도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위탁받는다. 지진, 태풍, 화재 등 재난 대피요령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심폐소생술과 함께 ‘재난은 줄이고 안전은 높이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적십자는 재해구호법 제2조 4항에 의거 구호지원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트라우마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거나 가족을 잃은 경우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겪는다. 의학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PTSD)다.

20년이 지났지만 2001년 9·11 테러를 당한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세월호 역시, 8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생존자나 가족들이 과거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에 대한 심리 회복 지원이 계속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최근 광주 학동, 화정동 아파트 건물 붕괴로 인한 피해자의 참담한 모습은 처참했을 것이다. 적십자 재난심리회복센터는 가족이나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PTSD 검사를 실시하고 상담하며 위로했다. 일반 시민들도 TV 화면에서 본 건물 붕괴 장면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한다. 쿵 하는 소리가 나도 놀란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 심리 회복

재난 피해자 회복을 위한 적십자(정부 위탁)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재난은 물론 자연재난에 이르기까지 지원범위를 넓히고 있다.

2020년 구례지역 수해 피해자는 상담활동가를 위한 워크숍에 참가하여 “ 복구에 지원을 받았지만 충분하지 않다.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전 재산을 잃는 상실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이를 겪어보았기에 상담가로 활동하게 되었다.”며 심리 회복 지원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2만 명의 사망자를 낸 동일본 대지진 이후 다 죽어가는 ‘기적의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고 한다. 7만 그루 소나무 중 홀로 생존한 생명력, 거대한 쓰나미도 꺾지 못한 이 소나무를 보며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이것은 심리 회복을 돕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난심리 회복 지원 활동 역사는 9.11 테러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이후 활동은 미미했다. 세월호 사고를 겪으면서 본격적으로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 포항 지진, 대형 풍수해 및 산불, 코로나19, 학동 및 화정동 건물 붕괴 등을 통해 재난심리회복 지원 활동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국민들의 관심은 크지 않는 듯싶다. 물론 2013년 내가 광주시 재난심리 회복 지원센터장을 맡고 있을 때와 비교하면 센터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예산지원은 늘어나고 있지만 갈수록 재난도 증가하고 있다. 이를 대비한 상담능력 확보와 다양한 피해자 심리 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 선제적으로 예산과 인력은 더 증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긍정 학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채정호 교수님은 긍정 학교 교장이다. 그는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로 힘든 현대인에게 다시 찾는 삶 ABC를 제시한다.

“긍정적으로 수용하고(Appreciate), 보다 나은 변화(Better & Better)를 하고, 베풀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아라(Care).”

재난은 예측불가다. 늘 우리 마음을 단속하자!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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