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 Dec 04. 2022

별일 없는 병동의 하루

정신과 병동 근무자의 일상

드디어 지긋하게 근무자들과 환자들을 괴롭히던 코로나 병동 폐쇄가 끝나고 해지되어 한시름 놓았다.



주 1~2회 PCR 검사를 할 때 환자들은 '또 코로나 검사야'라며 불평을 쏟고 깊숙하게 코를 찌를 때마다 온갖 짜증이 난 표정을 지으셨는데 그때마다 나 또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도 환자분들께서 협조를 해주신 덕분에 이제는 PCR 검사도 빨리 끝낼 수 있다. 1년 전 처음 PCR 검사를 할 때만 해도 어떤 환자분은 코를 찌를 때 아프다며 순간적으로 주먹을 날려 근무자를 때린 적이 있다. 또한 온갖 소리를 지으며 고개를 최대한 뒤로 하여 시간도 많이 딜레이가 되어 한 번 병동 전체 환자 PCR 검사를 해야 하는 날이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을 해야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환자분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인지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이 있냐며 거짓말하지 말라며 마스크도 쓰지 않고 근무자들 앞에서 기침을 마구 해 대었다. 그때는 근무자들이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제는 하도 뉴스에서 '코로나 확진자'에 대해 심각하게 보도를 하여 환자분들께서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으며 근무자에게 와서 "선생님 코로나 무서운 건가요? 언제 끝나요?"라며 질문을 퍼부었다. 



코로나로 병동 폐쇄가 되니 면회, 외출, 외박, 외진 모두 중단되어 환자분들은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그러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져 타환과 싸우는 일이 잦았다.



최근엔 조금 뻘쭘한 일이 있었는데 한 환자분이 mood가 너무 뜨기 시작해 병동에서 크게 노래를 부르고 신이 나 조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식사 시간에 한 환자분이 자신을 쳐다본다며 기분이 나쁘다고 붙잡고 온갖 욕설을 해가며 "너 이 숟가락으로 눈 쑤시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보여줘 내가?"라며 협박을 하고 병동 분위기를 한 순간에 공포스럽게 바꾸어 놓으셨다. 안 되겠다 싶어 바로 주치의 노티 후 오더 하에 진정제를 투여하고 보호실에 격리 2시간을 시행했다. 워낙 덩치도 크고 키가 크신 분이라 도와주시는 보호사님들께 폭력을 가할 까 우려되어 다른 병동 보호사님들께 지원 요청을 하려 했으나 한 번만 더 폭력을 쓰면 강제 퇴원당하는 것을 알고 계신 환자분께서 순순히 보호실로 들어가 안정을 취했다.



 나는 보호실 앞에서 환자분께 단호하게 말하였다.



"그렇게 다른 환자분들 위협하면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화가 나면 근무자를 찾아오라고 하셨잖아요. 여기서 주사 맞고 안정 취하세요. 한 번 더 폭력 쓰면 강제 퇴원이신 거 기억나시죠? 진정되면 저한테 다시 면담 요청하세요."


환자는 씩씩 거리며 보호실 문 넘어 있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이 지난 후 환자분은 내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장난을 쳤다. 


"선생님, 가장 무서운 악마가 뭔지 아세요?"

"뭔데요?"

"붉은 악마요. 히히히히"

"아하하..."



환자분과 싸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조금 서로 어색한 상황이 있던 터라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내게 장난을 치시는 모습에 나는 조금 뻘쭘함을 느끼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긴 했다. 그래도 다시 안정을 취하고 병동 생활을 하시는 모습에 안심이 되긴 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한 달간 병동 폐쇄가 재개되었으나 이제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 이틀 전부터 격리 해지가 되었다. 병동이 정신없기도 했고 브런치에 어떤 글을 써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정신과 병동의 일상을 쓰기 위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어떤 글을 작성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잊을 수 없는 환자들-Roxanne K. Young>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의료인들이 환자들에게 임상진료하는 내용을 자세하게 작성해 놓은 글인데 의사가 환자들과 대화하고 이야기를 분석하며 질병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내리는 상세한 일기와 같은 책이다. 의료인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환자를 돌보는 한 평범한 사람으로 처음부터 완벽한 의료행위를 하기 힘들다. 다양한 환자들과 대화를 통해 긴장감과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온갖 작고 큰 실패를 겪게 된다. 하지만 그 경험들이 모여 의료인은 성장하게 된다.



나는 아직 부족한 정신과 간호사이며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공부도 필요하다. 이렇게 하나씩 작고 큰 일들을 기록하다 보면 후에 내가 나중에 지금 쓰는 글들을 통해 과거엔 내가 이렇게 했고 어떻게 더 나은 간호사로 성장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은 더 마음을 놓고 글을 쓰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코로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