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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도피 4, 타이중 : 본격 여행의 시작!

36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by 나나 Nov 19. 2024


타이중 적응기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본격 여행의 시작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어젯밤, 나는 같은 방을 사용하는 대만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대만에서 사귄 내 첫 번째 대만인 친구였다. 그녀의 이름은 올리비아였는데, 본인의 대만 이름은 별로 예쁘지 않다면서 영어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서 다음 여정지인 타이난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기로 했다. 


그녀는 정말 꼼꼼하고 친절했다. 기차 예매 어플을 보여주며 예약 방법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는데, 내가 외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그런지 굉장히 쉬운 표현으로 설명을 해줘서 어플 사용 방법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나, 너 결제는 어떻게 할 거야?"

"현장에 가서 결제할 수 있어?"

"당연하지. 대신에 여기 적혀있는 제한 시간 안에 꼭 역에 가서 돈을 내고 티켓을 받아야 해. 안 그러면 너는 노쇼가 돼. 노쇼가 쌓이면 페널티를 받게 될 거야."

"오! 대만에는 그런 게 있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그녀는 나에게 내일 아침에 꼭 소그룹 투어를 떠나기 전에 기차역에 가서 티켓을 받고 가야 한다며 몇 차례나 신신당부를 했다. 그리고 행여 혹시라도 타이중역에서 티켓 수령하는 방법을 모르면 SNS 메신저를 보내라며 본인의 라인 아이디를 알려주었다. 처음으로 사귀게 된 대만 친구가 그녀라서, 그녀가 낯선 이방인에게 굉장히 친절하고, 섬세한 사람이라 정말 다행이었다. 






미리 사놨던 왁스애플과 구아바, 커피로 간단한 아침을 먹고 올리비아의 당부대로 서둘러 기차역으로 향했다. 창구로 가서 예약내역과 여권을 보여주니 바로 기차표를 받을 수 있었다. 기차표를 지갑 속에 단단히 챙겨놓았다. 고작 여행 2일 차. 겨우 타 지역으로 가는 기차표 하나를 수령했을 뿐인데도 벌써 대만에 적응을 완료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껴졌다. 


8시 정작. 

타이중 기차역 인근에 있는 호텔 입구에서 오늘의 투어팀을 만날 수 있었다. 

풍채가 굉장히 좋은 아저씨가 나에게 성큼성큼 걸어오길래 살짝 긴장했는데, 그분이 오늘의 가이드 겸 운전사인 대만인 아저씨였다. 무서운 사람인 줄 알고 놀랬는데, 마음속으로 아저씨에게 '오해해서 죄송해요!'라고 사과했다.


아저씨의 인내를 받아 오늘 함께 투어를 하는 사람들과 간략하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오늘 여행은 나와한 쌍의 한국인 커플, 일본인 남자아이가 전부였다. 우리를 태운 9인승 승합차 내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가득했지만, 아저씨께서 간단하게 오늘 여행 일정을 소개해주며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주셨다. 


드디어 오늘의 첫 여정인 일월담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이 나무가 빈랑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나중에 이 나무가 빈랑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날씨가 정말 화창했다. 어제의 흐린 날씨가 거짓 같았다. 


차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타이중에서 난터우현까지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얼마를 더 달렸까? 끝없이 펼쳐진 빈랑나무 숲이 조금 지겨워질 때쯤 드디어 일월담이라고 적인 팻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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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셔 선착장에 도착해서 둘러보니 우리 차량만 온 게 아니고, 

한 여행사에서 고객 특성에 맞춰 소그룹으로 분류를 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한 여행사에 여러 명의 현지인 가이드가 인솔하는 다국적 단체 투어였다. (보아하니 우리 그룹은 한국인과 일본인 그룹이었을 뿐이다.)


우리를 데리고 온 가이드 아저씨가 일월담이라고 쓰여있는 비석으로 우리를 데려가더니, 한 명 서보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굉장히 능숙한 솜씨로 사진을 찍어주셨다. 


브이, 손가락하트, 볼하트, 만세


가이드 아저씨의 지시에 따라 아바타처럼 움직이면 아저씨가 순식간에 어플을 이용한 보정까지 해서 내 메신저로 사진을 보내주셨다. 아마도 이것이 이 가이드 아저씨의 영업 비결 중 하나인 듯싶었다. 다른 그룹의 사람들까지 어느 정도 기념사진 찍기가 끝나자, 선착장에 배가 한 대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풍경이 잘 보이는 자리를 선점하고 싶었던 가이드 아저씨가 "이제 배에 탑승하세요."라고 말씀하시자마자 서둘러 배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배에 있는 직원에게 "어느 쪽 자리가 좋아요? 추천해 주세요."라고 물어보았다. 키가 작고, 얼굴이 까무잡잡한 직원은 날 보고 씩 웃었다. 


"너 바람에 머리 날려도 괜찮아? 그럼 배 뒤쪽 야외좌석에서 오른쪽으로 앉는 걸 추천할게."

"고마워!"


직원의 추천에 따라 서둘러 추천석에 착석했다. 그리고 같은 차량을 타고 온 사람들에게도 오른쪽에 앉을 것을 말해주었다. 고작 차를 2시간 정도 같이 탔다고 벌써 정이 든 모양이다. 햇빛이 들어서 두 볼이 화끈화끈 거리고 새빨갛게 익어가는 것 같았지만, 확실히 오른쪽에 앉으니 일월담의 아름다운 풍경이 잘 보여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내가 탄 쾌속선내가 탄 쾌속선


배는 약 5분~10분 정도 달려서 현광사에 도착했다. 현광사는 나에게 사찰보다는 짭조름한 차예단의 향기로 더 진한 인상을 남겼다. 


현광사 입구에 '아포의 표고버섯 차예단' 가게가 있었는데, 그곳에 나는 냄새였다. 위장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에 홀린 듯이 그쪽으로 걸어갔는데, 가이드 아저씨께서 이따가 차예단이 하나씩 서비스로 제공되니까 지금 사 먹지 말고, 30분 자유시간 동안 자유롭게 사찰을 구경하고 오라고 하셨다. 


일월담의 아포의 차예단 가게일월담의 아포의 차예단 가게


현광사로 올라가는 길은 험하진 않았지만, 인내심과 체력이 필요한 코스였다. 

끊임없이 놓인 돌계단을 올라서, 무릎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할 때쯤 간신히 현광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은 조금 힘들었지만,  현광사에 도착하니 발아래 드넓게 펼쳐진 일월담 호수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 옅게 깔린 물안개가 조금 아쉬웠지만 그 마저도 일월담의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경치를 더욱 살려주는 듯했다. 현광사 앞에 있는 일월담 비석 앞에서도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서둘러 배가 정박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부둣가에 도착하자, 가이드 아저씨께서 이제 꺼내온 따끈따끈한 차예단을 하나 나눠주셨다.


브런치 글 이미지 7


중국에서도 종종 먹었던 것인데, 똑같은 차예단인데도 유명하다고 입소문이 난 가게의 차예단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일월담에서 먹는 것이라 그런지 확실히 맛이 달랐다. 짭조름하면서 끝은 달달한 것이 아주 맛있는 계란장조림을 먹는 느낌이었다. 같이 곁들여먹을 따뜻한 흰쌀밥 한 공기가 그리웠다.


부실하게 먹은 아침밥 때문에 굉장히 배고팠는데, 차예단 덕분에 당장의 요기는 해결할 수 있었다. 다시 배에 탈 시간이었다. 


우리 배는 일월담을 건너 이샤다오 부둣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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