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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고독이란 시간 속에 자라는 푸른 꿈

누구에게나 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있지.

Aloha,


Sweet Dream (Nostalgia), 2018, 70 x 155 cm, 캔버스에 아크릴

이번주는 제가 하와이에 가서 그렸던 초창기 그림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저의 2018년도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면 졸업 작품 전시 그림과는 다르게 도형들이 많이 보입니다. 학부 졸업하고 난 이후에는 도형에 의지하여 추상화를 그렸기에 도형을 '풀어내는' 과정이 저에게는 큰 도전이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 당시에는 붓을 들고 조금만 그림을 그려도 손 끝이 저려오고 팔 전체가 아픈 날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세계적으로 대단한 그림 그리는 작가도 아닌데 손 끝이 눈물 날 정도로 저려온다는 게 참 어이없으면서도 이러다 그림을 영영 못 그리게 되는 건 아닌가 남몰래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오른손이 너무 아파서 울면서 깼습니다. 깼지만 너무 졸려서 통증이 멈출 때까지 왼손으로 오른손과 팔뚝을 주무르며 그저 가만히 누워있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은 정말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푸른 꿈을 한 아름 안고 바다 건너왔으나 차가운 고독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밤이, 그리고 그 시간이, 유독 길었던 순간이었습니다. 파란색이 가진 긍정적인 의미 (꿈, 희망)과 정 반대의 의미인 슬픔, 차가움을 몸소 느낀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그다음 날 바로 스튜디오로 달려가서 빠르게 그려나갔던 그림입니다. 


손의 통증이 곧 멈추듯,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차가운 고독이란 시간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견뎌내는 과정이 참 마음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혹여 지금 고독이란 시간 속에서 헤매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차가운 시간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하루를 보내고 계시길 온 마음을 담아 응원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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