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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같이

채운: 상서로운 구름, 여러 빛깔로 아롱진 고운 구름.

채운 (2017), 캔버스에 아크릴, 116.8 x 80.3 cm


나의 2017 초는 대학원 원서들과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기진맥진해 있었다. 학부 졸업 , '다신 공부  ! 그림 쉴 거야!' 외쳤던 내가, 어느 순간 다시 그림을 그리고 있고 또다시 공부할 준비를 하는  보면서  자신이 신기했다.

겉으론 평온한 척하며 일상생활을 지내면서도,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제발 붙어라!'라고 기도를 하며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처럼 이메일 확인하려고 인터넷을 켰다가 커다랗게 실린 무지갯빛 구름 사진이 실려있는 짤막한 기사를 읽게 됐다. '채운'이라는 자연 현상이라고 했다. 구름을 이루는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에 빛이 회절 되어 고운 빛깔로 물들어 보이는 것이라는 부연 설명이 있었다.


이 아름다운 자연현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처음엔 색동저고리의 소매가 보이는 듯했지만 일순간 꿈들이 알알이 모여있는 작은 조각배 같았다.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종종 이 그림을 보는데, 여전히 나의 많은 꿈들이 모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호기심이 가득해서 그런 것 같다. 2017년과 비교했을 때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좀 더 넓은 범위로도 생각하게 되었단 점이다. 각양각색의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는 사회처럼 보이기도 한다.


채운은 꿈을 싣고 하와이로 가기 직전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그림이다. 곧 있을 한국에서 하는 개인전은 예전에 했던 장소에서 또 할 수 있다니 나에겐 참 의미가 깊다. 예전에 그림을 시작할 때 거친 황야 같은 돌바닥에서 당당히 서있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초심을 간직한 곳에서, 그동안 얼마나 소중하게 그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왔는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오늘도 조용히 혼자 속으로 읊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처음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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