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4월이 되면 자연스레 언제 벚꽃이 만개하는지, 그리고 올해는 벚꽃을 보러 어디로 가볼 건지 검색해보게 된다. 고궁에서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있는 꽃놀이는 언제나 참 좋다. 사실 고궁은 언제 어느 때 가더라도 참 좋지 아니한가. 경주와 진해의 벚꽃도 아름답고, 안동댐 월영교의 벚꽃길도 참 아름답다. 연분홍빛 솜사탕 같은 벚꽃나무의 모습과 하늘하늘 내려오는 꽃비의 춤사위가 아름다워서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동화 속 마을로 들어가 있는 착각이 들곤 한다. 벚꽃 잎들 사이를 거늴다 보면 연분홍빛 낭만에 취하고, 커피도 여유롭게 한잔 해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던 일상을 살면서 굳어졌던 마음도 다시 한없이 넓어지고 유해지는 것 만 같다. 여러분들의 최애(최고로 애정 하는) 벚꽃놀이 장소는 어디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벚꽃뿐만이 아닌 겨울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학부 시절을 보냈던 미국 인디애나주의 Bloomington이라는 동네가 생각이 난다. 봄이 되면 여기저기 많은 꽃들이 피어났다. 말 그대로 도시가 Blooming 해진다. 하지만, 4월이 되면 넘쳐나는 과제들과 시험들로 녹초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Glooming 하다고 아재 개그가 넘쳐나는 언어유희를 입에 달고 살며, 아메리카노를 틈나는 대로 들이부어 마셔주어 꾸역꾸역 충전된 카페인의 힘으로 버텼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도 학교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만들어갈 수 있었던 풋풋한 기억들과 추억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4월이 되면 더욱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4월에 뜨는 달 이름은 참 이쁘다.
진분홍색 꽃잔디가 들판에 흐드러지게 필 때 슈퍼문이라고 불리는 아주 큰 보름달이 뜬다고 해서 '핑크문'이라고 불린다. 참 이쁜 이름이다. 땅에서만 꽃이 피는 것이 아닌 하늘에서도 꽃이 피어나는 인상을 줘서 참 좋다. 낭만이 가득한 달 이름이다. 하와이살이땐 이른 아침 작업실로 출근할 때나 저녁 수영을 끝난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정말 맑고 큰 보름달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저녁엔 별들과 달이 출근한 후 만들어내는 맑고 영롱한 빛들에 감탄을 했고, 이른 아침에 보는 달은 해가 떠 있는데도 정말 하얀 눈꽃처럼 떠 있는 그 모습이 너무 신기했었다.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내가 생각했던 달이 뜨는 시간은 바로 이 이른 아침이었다. 하늘에도 많은 꽃들이 만개할 것 같은 핑크문의 분홍 달빛이 하늘에 퍼져있는 아침 옥빛 바다를 상상하며 그리고 싶었다. 이 글을 읽고, 그림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의 마음에도 4월 핑크문의 의미처럼 화사한 분홍 달빛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벌써 한 해의 1/3이 지나가고 있는 4월이다. 항상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이 가끔은 참 무섭다. 나의 남은 2022년은 어떤 시간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더 좋은 일들이 가득한 2022년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