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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green을 사랑한다면

바다 녹색? 그게 뭐야?

하와이 주립대학교 미대에 정기적으로 오아후 섬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하러 오곤 했다. 학생들을 위해서 미대에서 미술의 각 분야 및 'Scavener Hunt'라고 불리는 '보물찾기' 프로그램을 각각 20-30분씩 골고루 탐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미술의 각 분야는 '판화, 도자기, 유리공예, 대학원생 작업실, 갤러리/박물관'으로 기획되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학생들이 미술의 여러 분야를 체험해 봄으로서, 다양한 미술 분야도 알게 되고, 나중에 미술 쪽 진로를 선택할 때 도움이 되길 바라는 취지가 있다. 나를 포함한 대학원생들 (그리고 봉사하고 싶은 학부생들)의 임무는 각 프로그램 운영 및 아이들 통솔이었다. 나는 통솔을 맡았었다.


판화 스튜디오에서 실크스크린 체험학습이 진행될 때의 일이다. 판화 선배가 '민트색' 색깔의 잉크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무슨 색깔인지 물어봤었다. 난 당연히 '민트색'이라고 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아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Seagreen'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 신기했던 나는 왜 저 색깔이 민트가 아니고 Seagreen인지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주저 없이 하와이 바닷물 색깔과 비슷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의 자연에 따라 같은 색깔이라도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Seagreen (2021) 91x91cm, 판넬에 종이, 아크릴, 파스텔

Seagreen.

Sea Green.

바다 녹색.


이 청량한 파랑과 시원한 녹색이 어우러진 Seagreen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의 와이키키였다. 물론, 카일루아 해변이라든지 바다가 아름다운 몇몇 장소들이 있지만, 내가 버스 타고 손쉽게 갈 수 있는 바다는 와이키키였다. 그래서 그런가, 코로나 전과 후의 바다 색깔의 변화를 바로 알 수 있었기에 더더욱 인상 깊게 남아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관광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해변이나 공원에도 엄격한 사회적 거리 규칙이 있었기 때문에 현지인들도 거의 없었다. 바다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게 되면서, 그저 파랗던 와이키키 바다는 영롱한 에메랄드 빛 바다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아니.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게 된 지 한 달(?) 도 채 안돼서 다시 바다가 깨끗해지다니.  그동안 얼마나 자연을 아끼지 않으며 살아왔는지, 앞으로 '나'부터 실천하고 노력할 수 있는 자연보호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정의하는 나만의 Seagreen은 한마디로 예술 그 자체인 하와이 바다색이다.

그냥 하염없이 바라만 보며, 야자수 바닷바람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난 바다 색 보다 더 짙은 녹색을 넣어 와이키키에 있는 야자수를 스쳐 지나가는 청량한 바다 바람도 표현해보고 싶었다. 한 겨울인 요즘에도 이 청량한 하와이 바람이 참 그립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가볍게 혹은 재미 삼아 (1)  Seagreen과 민트색 중에서 어떤 단어를 더 선호하는가 (2) 내가 정의하는 나만의 Seagreen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중에 언젠가 이 색깔이 사용된 추상화를 만났을 때, 저 두 질문을 바탕으로 해서 자신만의 그림 해석을 해보면, 그림이 또 다른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여러분들에게 다가올 것이다.



번외 1. 야자수 ASMR 1


번외 2. 코로나 팬데믹 초기, 도시 봉쇄 (lockdown) 직후, 사람이 없던 와이키키 번화가 (ft. The Bus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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