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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G

화창한 날에  Vog 작은 티스푼

화창한 날의 오아후 섬은 그저 바라반 봐도 힐링됩니다.

Aloha!


Vog는 화산(Volcano)과 스모그(Smog)의 합성어입니다. 발음은 안개인 Fog에서 F발음이 아닌 V발음으로 해주면 되는데 얼핏 들으면 유명 패션 잡지인 보그 (Vogue)와 발음이 비슷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Vog는 화산에서 이산화황과 다른 여러 가스들, 용암이 분출될 때 나오는 작은 입자들이 공기 중의 수증기와 결합되어 날아다닙니다. 빅 아일랜드에 있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인 킬라우에아 화산 (Kīlauea)에서 Vog가 발생하는데 화산에서 200마일 (약 321.9km) 떨어져 있는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까지 아주 가뿐하게 날아옵니다.


화산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Vog는 떼려야 뗼 수 없는 일상 중 한 부분입니다. Vog가 오아후 섬에 올 때는  하늘이 아침 물안개처럼 아주 살짝 뿌옇게 변합니다. 하지만 종종 날씨가 너무 아름답게 화창한 날에도 Vog가 오아후 섬에 여행 왔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랑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한국의 날씨 뉴스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다루듯이 하와이에서는 날씨 뉴스나 하와이 주립 대학교의 해양/지구과학 학과에서 Vog의 위치와 상태를 종종 예보해 줍니다.


만약  Vog예보를 놓쳤다면 어떻게 일상생활에서 알 수 있을까요? 날은 화창한데 갑자기 눈과 목구멍이 정말 칼칼하게 맵거나 갑자기 쨍한 두통이 생긴다면 바로 Vog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기간으로 방문한 사람들은 이 미묘한 Vog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 주말, 장 보러 따스한 햇살 속 Vog를 뚫고 장을 보러 갔었는데 관광객들은 평온한 모습으로 하와이의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미세한 농도의 Vog는 꽤 하와이 살이에 적응하면 몸이 바로 알아차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시 Vog의 증상으로 돌아와 봅니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코감기 걸린 것처럼 코를 훌쩍 거리기도 하고 피부 트러블이 생기거나 가슴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같은 Vog 농도라도 각자의 몸이 반응하는 것도 다르뿐 더러 기저질환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Vog가 오는 날은 물과 따뜻한 차를 자주 마셔야 하며 두통약이나 진통제를 먹고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저 꾹 참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리고 당연하지만, 자신이 느끼기에 증상이 너무 심하다 싶으면 주저 없이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대학원생 도비였던 저는 목이 칼칼하고 두통이 있어 에드빌을 먹고 수시로 물과 따뜻한 차를 마셔가며 과제를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Vog 때문에 하루를 푹 쉬기보다는 과제가 밀리는 것이 더 견디기 힘들었던 대학원생 도비였습니다. 어쩌면 미련한 도비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앗! 오늘은 목이 좀 아프네. Vog가 왔나 보네'하며 Vog 따위엔 전혀 동요하지 않을 정도로 레벨업 한 도비가 되었답니다.


2019년 4월 25일부터 시작했던 빅아일랜드의 화산 폭발은 민간인들이 사는 구역에서도 용암이 흘러나오는 등 피해가 심했던 화산 폭발입니다. 이 기간 동안 오아후 섬으로 날아오는 Vog는 정말 상상초월했습니다. 목과 두통의 기본값에 눈까지 매워 가능한 실내에만 있어야 했습니다. 화산 폭발이 완전히 멈추고 나니 신기하게도 Vog도 오랫동안 오아후 섬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와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미묘한 자연 현상인  Vog를 혹 여행 중에 만났다면  Vog는 곧 사라지니 크게 동요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당황하지 말고  진통제나 두통약을 먹고 따뜻한 차와 물을 많이 마시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평소 속도보다 천천히 움직이면 다시 곧 황홀하게 아름다운 섬의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또한 여유로운 마음으로 섬을 바라보면 잘 보이지 않던 섬의 또 다른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이 여러분 곁에 성큼 다가와 있을 겁니다.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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