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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개 국어 합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언어의 세계


Aloha! 


전 세계에는 여러 문화권들이 있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크게 두 가지인 '직접적인 언어 (Direct Language)'와 '간접적인 언어(Indirect Language)'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언어란 말 그대로 화자가 하고 싶은 말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언어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문화권들은 미국, 영국 등 서양 문화권 국가들이 직접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에 속합니다. 반대로 간접적인 언어란 화자가 하고 싶은 말을 빙글빙글 돌려서 두리뭉실하게 설명하는 언어입니다.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 대표적인 간접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입니다. 


개인적으로 직접적인 언어와 간접적인 언어가 공존하는 곳은 하와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식 언어는 직접적인 언어의 대표주자인 영어이며 사회 시스템도 미국의 시스템이 사회 전반에 구석구석 잘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일상생활에서는 영어뿐만이 아니라 Hawaiian Pidgin English와 Hawaiian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미국 문화 시스템의 큰 틀 안에서 하와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고유한 문화와 여러 나라들의 문화가 따로 또 같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여러 언어와 문화권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해 보자면 마치 하와이의 상징인 무지개가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Cloud (2019) 캔버스에 아크릴, 152 x 213 cm


하지만 필자는 처음에 무지개보다는 영롱한 무지개 빛을 담고 있는 먹구름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들의 숨은 뜻을 이해하고 생각한 말해야 하는, 즉, 소위 말하는 '눈치'가 암묵적인 사회적 언어로 잡혀 있는 문화권에 익숙해져 있데 저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을 직설적으로 그리고 심플하고 간단하게 표현해야 하는 영어권의 문화에 익숙해지려고 하니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발표할 때 나름대로 담백하게 직접적으로 설명한다고 하지만 영어권 화자들이 듣기에는 어딘가 두리뭉실한 말로 발표하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조금 있는 저로써는 속상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와이키키 해변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하와이 햇볕과 바다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어떤 문화권에 익숙하고 현재 어디에서 살고 있든지 간에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무지개도 한 가지 색깔이 없으면 어딘가 허전한 예쁜 빛깔이었을 겁니다. 그날 이후로 수업시간에 주눅 들지 않고 저의 생각과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 이후로 종종 제 자신이 이도 저도 아닌 0개 국어를 하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 웃픕니다. 언젠가 0개 국어가 아닌 당당하게 내가 할 줄 아는 언어는 이러이러한 언어들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다시 언어 공부 시작해 보려 합니다.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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