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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Glass Café

내 마음속 미슐랭 3 스타

Aloha!


선정릉에 처음 가 보았습니다.


빛깔과 향이 참 고운 다양한 꽃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까지 시원해지는 푸른 나무들의 산들바람과 적당히 따스한 봄볕을 느끼고 있으니 문득 하와이의 여유로운 주말 아침이 생각났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하와이의 주말 아침과 똑같이 느껴 저 반갑기도 하고 다시 태평양의 작은 섬이 그리워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 코나 커피 한 잔도 마시면 딱인데.' 어찌 항상 곁에 없는 것만 더 찾게 되는 건지. 참으로 못 말리는 필자입니다.


하와이는 두 말하면 잔소리 일 정도로 코나 커피가 유명합니다. 하와이 사람들은 커피에 굉장히 까다로워 커피를 파는 곳에서는 커피의 맛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도 바람 따라 들리는 곳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하와이 맥도날드의 커피도 코나 커피라고 할 정도로 하와이는 어딜 가도 아메리카노가 참 맛있습니다. 코나 커피를 처음 마실 땐 평소에 마시던 아메리카노와 맛이 많이 달라 당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여러 가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재즈 같은 예술적인 맛으로 곁에 성큼 다가옵니다.


어느 날, 저의 하와이 생활을 많이 도와주던 친한 후배님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여긴 꼭 저에게 소개해 주고 가고 싶다며 마노아 벨리(Mānoa Valley)의 마노아 마켓 플레이스 (Mānoa Marketplace)의 Safeway (식료품점 체인점 중 한 곳)와 주유소를 지나면 있는 모닝 글라스 카페 (Morning Glass Café)로 절 데리고 갔습니다. 간판도 심플하고 하얀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것 같은 작고 소박한 가게여서 과연 둘이서 앉아서 먹을 공간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가게 안을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꽤 공간이 넓어 놀랐습니다. 하와이 건물은 겉으로 보기엔 작아 보여도 막상 안에 들어가면 공간이 더 넓어져 있는 마법을 체험할 수 있는데 이 가게도 그중 하나입니다.


커피는 종류가 다양한 원두를 음미해 볼 수 있는데 원두별로 개성이 뚜렷해서 골라 마셔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원두가 신선해서 그런지 마시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혹시 원두 종류가 너무 많아 어떤 커피를 시켜야 할지 난감할 땐 '그날의 커피 (Today's Coffee or Today's Pick)'을 시켜보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 카페엔 빅아일랜드의 원두가 현지 직송되어 온 Big Island Kona Coffee 뿐만이 아니라 베트남 커피, Café de olla라는 멕시코 커피, 이탈리아 커피 메뉴 중 하나인 Cortado, 혹은 이름마저 생소한 Iced London Smog 등등 다른 커피 메뉴들도 많이 있습니다. 여럿이 간다면 골고루 시켜서 맛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솔솔 할 것 같습니다.


빵은 다양한 스콘 종류와 머핀 등이 있는데 적당하게 고소한 버터 향이 나면서 각각의 빵의 개성이 살아 있습니다. 빵순이인 필자는 빵 한입 먹은 순간부터 행복했습니다. 샌드위치, 햄버거 등 다른 메뉴들도 일품이었습니다. 담백하면서도 적당히 간이 잘 되어 있고, 특히 야채가 너무나도 신선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메뉴는 마카로니 치즈 팬케이크 (Macaroni and Cheese Pancake)입니다. 호기심에 시켜보았었는데, 치즈 풍미가 입 안에서 기분 좋게 머무른다. 마카로니가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고, 함께 오는 시럽을 부어서 먹어보면 달기까지 하다. 느끼한 단짠이 아니라 정말 맛있는 단짠이며 고소하기까지 합니다. 이 카페는 카페와 브런치에 진심을 다한다는 것이 음식에 전해져 감동이었습니다. 제 마음속 미슐랭 3 스타로 등극한 순간입니다.


마카로니 치즈 팬케이크 (Macaroni and Cheese Pancake). 사진 보니 당장 모닝글라스 카페로 달려가 먹고 싶어 집니다.


마노아 폭포 하이킹하러 가는 길목에 있는 카페여서 하이킹 전이나 후에 잠시 여기에서 쉬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노아 폭포 하이킹은 하와이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99.9% 가보는 유명한 하이킹 코스입니다. 필자는 애석하게도 0.1%에 들어가지만요. 가보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기에 석사학위청구전만 잘 마무리하고 가봐야지 다짐하며 참았습니다. 졸업 작품들도 다 갤러리에 반입이 되고 설치도 무사히 끝나 마노아 폭포 하이킹을 가보려 했지만 코로나가 터져 결국 못 가봤습니다. 코로나 초창기 때 국립공원들과 하이킹 코스들, 그리고 모든 파크들이 다 주정부의 관리하에 셧다운 됐었기 때문이지요. 쉽지만 아름다운 하이킹 코스라던데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소박한 외관과는 다르게 맛은 일품이었던 모닝 글라스 카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모닝 글라스 카페가 눈앞에서 아른거립니다. 맛있는 빵과 음식, 맛있는 커피, 그리고 하와이 산들바람. 이 3박자는 참으로 돈이 아깝지 않은 조합이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모닝 글라스에 가서 여유롭게 브런치를 먹어보는 날이 오길 바라보며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모닝글라스 카페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인터넷 링크도 걸어둡니다.

https://www.morningglasscoffee.com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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