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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처럼

노는 게 제일 좋아~

Aloha,

교수님들께 종종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었던 말은 어린이처럼 그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처럼 이라. 학생 때도 마음에 드는 해결책을 찾지 못한 말씀이었습니다. 어린이 그림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는 것 이외에 무엇인가가 더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꼭 정답을 찾기 위해 저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다른 많은 미대생들이 그러하듯) 그리고 만드는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미술‘놀이'가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분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면 그때는 어디서 어떻게 그리든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정말 좋아서 그렸던 것 같습니다. 혹시 어린이처럼 그리라는 말이 이런 의미였을까요?


언제부터인가 공간과 재료에 연연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어린 저의 모습과 간극이 커져버린 것 같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그림을 그리겠다고 그림의 외적인 부분만 신경 썼는지 참으로 제 자신이 어이가 없습니다. 부끄럽지만 처음으로 카페에 잠시간 머물며 꽤 오랫동안 (그리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들고만 다녀 꾸깃꾸깃해진 종이에 크레파스로 쓱 그려봅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옆에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실외든 실내든,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종이가 빳빳하든 빳빳하지 않든지 간에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니 묘한 해방감이 몰려옵니다. 어린이처럼 그리란 것은 스스로를 시간적/공간적/그 외의 모든 것들을 하나의 틀로 규정해 두지 말고 그림을 그리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좀 더 자유롭게 그림 그리는 제가 되길 바라며.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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