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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바다에서 수영하는 달팽이

난 오리발 끼고 접영 하는 게 제일 좋아

Aloha,

어린 시절 비가 억수로 내린 직후에 쌍 무지개가 하늘에 피어난 것을 보던 때가 생각납니다. 레프러콘 요정들이 주위에 있을 것 만 같고 유니콘도 왠지 무지개 위에서 날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기쁨과 몽글몽글함이 어린 저의 마음속에 가득 자리 잡은 날이었습니다. 따뜻한 색깔과 차가운 색깔을 다 가지고 있지만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무지개. 이 조화로움이 무지개를 더 신비롭고 몽환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저에게 맞는 인생을 걸어가는 속도는 얼마 정도 일까 고민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살아가자니 저에게는 너무 버겁고, 그렇다고 천천히 걸어가자니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해집니다. 그러다 문득 하와이에서 마주했던 달팽이가 생각이 납니다. 주위가 빠르게 흘러가든 느리게 흘러가든 덥든 춥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혹 달팽이처럼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만약 달팽이가 수영을 할 수 있다면? 아마 길 위에서 걷는 속도는 무의미해질 것 같습니다. 달팽이의 수영 실력에 따라 어떤 달팽이는 빠르게 헤엄칠 것이고  킥판 잡고 기본 발차기만 하며 가는 달팽이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 기계나 최신 문명을 좋아하는 달팽이라면 어디선가 맞춤 잠수함이나 요트를 사서 건너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상상만 해봐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쩌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만의 기쁨이 가득한 무지개 바닷속에서 자신에게 딱 맞는 속도로 헤엄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도 즐겁게 헤엄치며 앞으로 나아가보려 합니다.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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