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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롱 Dec 28. 2021

실패로 보는 연대와 협력의 지름길

연대와 협력이 하고 싶다면? 제발 이건 하지 마세요!

  

여태까지 워크보트를 통해 쓴 글과 나눴던 이야기에서 연대란 무엇인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를 고민했다. 앞서 함께 고민한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연대와 협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연대와 협력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연대와 협력을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연대와 협력은 범위가 넓다. 개인은 각자 주관적인 기준으로 이를 평가한다. 그래서 연대와협력을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드는 데는 오랜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방해요소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연대와 협력의 작동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다. 방해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한다면 좀 더 안정적 연대와 협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2021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협동조합대회에 참여하면서 연대와 협력을 어렵게 하는 방해요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뭐야, 우리 깐부 아니었어? 넌 되고 난 외않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왜안돼?'를 다틀리게 쓴 이미지


첫 번째로 발견한 방해요소는 ‘관성’이다. 연대와 협력의 힘을 오래도록 끌고 가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크게, 큰 것을 작게 보는 감수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세계협동조합대회 개막식에는 대통령과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일명 'VIP'들이 참석했다. 그러다 보니 개막식 현장에 모든 사람이 참여 할 순 없었다. 개막식 참여를 위해 모여든 참석자들 중 누군가는 들어갈 수 있었고 누군가는 들어가지 못했다. 주최측은 사전에 다양성을 고려해 입장이 가능한 참석자를 임의로 나눴다고 말했다. 그래서 입장 시 받는 이름표에 스티커가 붙어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사전에 입장과 관련한 안내가 없었기 때문에 현장이 잠깐 시끌시끌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나는 왜 입장하지 못하는 거냐'며 관계자와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입구에서 40여 분 정도 상황을 살폈다. 협동조합 활동가, 비교적 규모가 작은 협동조합의 이사장들은 입장하지 못했다. 인도 등 해외에서 온 참석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현장에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실시간 중계로 개막식을 봐야 했다. 입장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대회 세션에 패널로 참석하거나 규모가 비교적 큰 기관이나 단체의 장이 많았다. 지위의 여하와 협동조합의 성장을 위한 노력의 크기를 논하기 전에, 개막식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은 모두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얼굴이 익숙한 사람들이 개막식 현장에 더 많았다는 것에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나 1인 1표, 민주적 구조 등의 표현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협동조합의 국제행사에서 묘하다면 묘한, 이런 상황이 발생하다니.


세계협동조합대회는 3-4년의 주기로 열리는 국제대회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일본에 이어 두번째기도 해서 여러모로 국내 개최의 의미가 크기도 했다. 개막식에 참석할 수 있는 건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러모로 다양한 사람들이 대회를 즐기지 못한 상황이 아쉬웠다. 연대와 협력이 쉽게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를 간접적으로 느끼기도 했다. 구성원들 모두가 협동조합의 성장을 위해 고난과 기쁨을 같이 겪었을 거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함께 하지 못한다면? 또 이런 상황이 계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책임의 무게가 당연스럽게 어느 한 쪽으로 쏠려버리지 않을까.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연대와 협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거다.


우리는 여성, 청년, 단체장이 아닌 바로 '당신'이 필요해요!

사람들이 나한테 안맞는 옷만 계속주면 어떻게 해야할까?


두번째로는 발견한 방해요소는 ‘획일성’이다.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단체, 스피커의 성별, 청년이나 여성 등 개별의 주체들에게 부여되는 역할의 획일성은 연대와 협력이 가진 매력이나 가능성을 밋밋하게 한다.


대회에서 대략 6개의 세션을 들었다. 그 중 몇 개의 세션은 패널이나 단체가 겹치는 경우도 있었다. 단체가 고민하는 면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기도 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협동조합들의 고민이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패널로 참여하는 여성이나 청년에게 부여된 역할의 한계도 보였다. 청년이나 여성이 말할 수 있는 분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단편적인 사례로 느꼈다. 


사례를 발표하는 세션에는 남성 패널이 좀 더 많았다. 남성은 비교적 조직내에서 대표, 이사, 이사장 등 지위나 직위를 가지는 비율이 높기 때문일 거다. 동시진행 세션의 내용을 총정리하는, 직위의 중요성이 비교적 낮은 세션에는 동시세션보다 여성 패널이 좀 더 많았다. 그리고 비가시노동이나 돌봄 또는 가사노동 등을 주제로 하는, 여성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세션에서 여성패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청년 패널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주제나 역할이 제한된 세션에서 볼 수 있었다.


아직은 쪼렙(?)인 나는 대회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청년이자 여성으로의 정체성을 가진 ‘나’가 협동조합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적었다. ‘내가 협동조합의 일원이 된다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는 명확하게 볼 수 없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고정 되지 않은 역할을 부여 받은 사례를 봤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협동조합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 같다. 연대와 협력이 성장하려면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역할을 부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만들어야하는 필요성을 느꼈다.


워크보트 마지막이지만, 고민할 것이 더 늘었다...!?


배움엔 끝이 없다!?!!

‘연대와 협력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으로 모임에 참여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어쩐지 의식의 확장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이 늘어난 듯한 기분이다. 연대와 협력의 ‘지속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살피는 것의 중요성을 좀 느꼈다.


내가 일하는 사회적경제 분야는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많다. 하지만 실패를 곱씹고 이를 통해 뭔가를 더 나아지게 해보자고 하는 움직임은 적은 편이다. 성공 사례에는 지역별, 상황별로 다양한 조건들이 섞여 있어서 이를 그대로 차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실패 사례의 치명적인 결함은 뭐가 됐든 성공으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성공을 위해 실패를 톺아보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다음 워크보트에 함께 한다면, 연대와 협력을 위해 이것만은 하지말자 시무28조 만들기에 도전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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