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이 팀 왜 이거 안 한 거야? 다음에 도움 요청해 봐라. 내가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어
......
엄청 잘해줘서 부끄럽게 만들어줄 거야!"
"......
나니까 하는 거다"
지난 4개월간 진행해 왔던 프로젝트에 임하며 입버릇처럼 한 말들이다. 그리고 어제 이 업무는 마무리가 되었고 최종 보고도 마쳤다.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검토하고 마우스 위에 왼쪽 손가락을 올려 경건한 마음으로 묵직하고 진지하게 클릭! 한 후 한참 모니터를 응시했다.
겨울의 새벽하늘을 올려다보며 덩그러니 있는 초승달과 하루의 시작 인사를 하고 회사를 향했던 날들, 협업을 위해 다른 부서들을 돌아다니며 담당자와 팀장님의 분위기를 봐가며 협조를 얻어내었던 날들, 급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에 돌아와 쓴 커피 입에 물고 서류에 얼굴을 맞댄 날들, 새벽에 만났던 달을 다시 저녁이 되어서도 만나 차가운 밤공기 함께 나누며 집으로 향했던 날들이 한꺼번에 가슴으로 지나가며 울컥했다.
'끝났다!'
본부에서 검토한 후 잘못된 것이 있으면 연락이 올 것이고 한 소리를 들은 나는 죄송하다며 자책의 마음으로 잠깐 시간을 보낸 다음 수정하고 다시 수정본을 올리는 시간을 보낸다 해도 어쨌든 지금은 끝났다. 나는 키보드 왼쪽에 널브러져 있는 종이 서류 뭉치를 집어 들었다. 스무 장이 넘는 그 서류 뭉치는 4개월의 시간 동안 내 손에 항상 잡혀있었고 지금 상태는 여기저기 구겨지지 않은 곳이 없으며 매번 넘김을 당한 지점은 나가떨어져 너덜너덜해 있다. 순간, 가슴에 꽉 차 있던 짐들이 쑤욱 빠져나간 것처럼 허탈해진다. 서류 첫 장에 손바닥을 펴 올려놓는다.
'너도 고생했다.'
종이의 구깃구깃한 질감이 내 손바닥에 감기고 나는 그걸 손바닥으로 눌러준 다음 서류철에 고이 넣고는 자리에 일어나 사무실 밖을 나온다.
다음 업무가 날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은 무시하고 칼퇴를 하는 것이다. 봄이라 낮이 길어져 그렇게 어둡지 않은 길을 걸을 것이고, 지나가는 길에 사랑하는 떡볶이 한 접시 한 다음 여유 있게 상점들을 둘러보다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굉장히 느긋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