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 사이로 걸려온 친정 엄마의 전화는 병원에서 혼자 대기하며 외로워했을 엄마의 모습을 그리게 하고,
"엄마 나 아파서 병원 가야 하는데 엄마 바로 못 오지?"
출장 중 걸려온 딸아이의 기운 없는 목소리는 아프니까 지금 당장 엄마가 곁에 있어주길 간절히 바라는 딸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나는 누군가의 딸로서, 엄마로서 자격이 없구나 라는 미안함과 무능력함으로 마음을 마구 할퀸다. 내가 좀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그래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다면 엄마로서 아이의 곁을 지켜주고 딸로서 엄마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내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안정'이라는 울타리에 머물게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가득 찬 상태로.
그렇게 한참을 가슴에 끌어안고 있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 되고 만다. 창밖은 벌써 뉘엿뉘엿 해지는 붉은 노을로 퍼지고 있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엄마가 되고 딸이 되어 그들에게 가야할 시간이다. 만나면 곧장 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