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비우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by 빛나다

"윽!"


우리 회사엔 꾹관장이 있다. 물론 연예인인 김종국 님을 말하는 건 아니다. 이름에 '국'자가 들어가고 점심시간이면 헬스에 관심 있는 직원들을 불러 모아 운동방법을 알려주고 함께 근력운동을 하는 직원이라 운동에 참여하는 회원? 들이 별명으로 지어준 이름이다.

회원들의 나이가 대게 40대 중반을 넘기에 우리에게 있어 건강을 챙겨주는 그는 "재능기부 아름다운 청년"으로 여겨진다. 나는 이번 4개월간의 프로젝트를 마친 후라 여유로운 정신과 육체를 가지고 지난주부터 합류했다. 그리고 나는... 후들후들 떨리는 두 다리를 붙잡고 계단손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겨우 내려와 사무실로 향했다.

운동 첫날부터 스쿼트 200개와 버피 50개, 푸샾 약 40개를 기를 쓰고 했더니 산발이 된 머리, 홍조를 뛰어넘은 벌건 낯빛, 불타오르는 기운으로 뭉쳐있는 팔뚝과 허벅지를 얻고 만 것이다.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마주 보는데 뭘 해야 할지 어떤 생각도 나지 않는다. 순수하게 머리엔 뇌주름들만 늘어져 있을 뿐인 것처럼.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근력운동에 충격받은 정신머리가 실신한 것 같다.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윽! 내 허벅지!) 머그컵을 들고 정수기로 가 뜨거운 물을 담고는 자리에 돌아와 아끼며 마셨던 꿀티(단 걸로 정신차리게 하자는 마음) 티백을 컵 안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누런 꿀의 자취가 점점 컵 안을 물들이는 걸 멍하니 바라보다 한 모금 따뜻하게 입안을 적신다. 정신머리는 여전히 움직일 생각이 없다. 해야 할 일은 책상 위 올려져 있는 폴더 안에 채워져 있는데 손이 쉽게 가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내 몸을 온전하게 방치했으면 이럴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는 시간이 주어진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을 할 땐 당연한 거지만 출퇴근이나 식사시간 등 거의 대부분을 일과 연결된 생각으로 가득 찼었는데 계기(운동으로 인한 멘탈 실종)가 어쨌든 운동을 한 순간부터 머리도 조금은 쉴틈을 가진 것 같다라는 만족감을 느끼니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잠시라도 머리를 비우고 싶다면 운동을 추천한다. 기본적으로 스쿼트 200개, 버피 50개, 푸샾 40개 하는 것으로.

단, 부작용 중 큰 거 하나는, 다음 날 계단을 내려갈 때 허벅지와 나는 별개의 존재가 된다는 걸 참고하길 바란다.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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