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스케줄 속에서 다시 찾은 봉사의 의미
“국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스케줄이 변경됐어요."
온라인에 올라온 촬영 일정표를 다시 확인하며 나는 눈을 의심했다.
이미 섭외까지 마치고, 촬영만 기다리던 상황이었으니까.
연락을 돌려 확인해 보니,
트로트 가수의 매니저가 행사 일정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바꿔버린 것이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죄송합니다. 이미 계약된 행사라 어쩔 수가 없네요.
봉사단 일정 쪽을 좀 조정해 주실 수 없을까요?”
“아니, 매니저님. 수십 명 봉사단이 움직이는 일인데,
그걸 한 주 앞두고 바꾸라는 게 말이 됩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계약이라…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통화를 끊고 나서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명백히 잘못은 매니저 쪽에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급했다.
제작국장님도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가 직접 공기업 측에 찾아가 사정을 말씀드리자.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낫겠다.”
공기업을 찾아가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분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니, 수십 명 봉사단 일정을 이렇게 바꿔달라고요?
한두 명도 아니고… 이건 좀 어이가 없네요.”
나는 최대한 정중히 사정을 말씀드렸다.
“저희도 난감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본래 취지를 생각해 주신다면,
가수와 함께하지 않더라도 봉사단 일정만큼은 꼭 진행해주셨으면 합니다.”
한동안 고민하던 담당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습니다. 어차피 중요한 건 주민들이니까요.
일정을 맞춰보겠습니다.”
그 순간, 나는 마음 깊이 감사했다.
그리고 그들의 결정을 진정한 ‘봉사’라고 느꼈다.
결국, 트로트 가수는 마을 주민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장면에만 출연했다.
다른 날, 공기업 봉사단은 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노래를 선물하고,
이미용 봉사까지 펼쳤다.
인기 가수와 봉사단이 함께하는 화려한 그림은 없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진심 어린 봉사에 더 큰 감사를 보냈다.
나는 그날, 중요한 걸 배웠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적당히 넘어가는 게 아니라
진실로 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복잡한 상황일수록
문제의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결국 진심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길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