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촬영 현장에서 벽을 만나다
지역의 한 대학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때였다.
취지는 분명했다.
주요 학과와 학생들을 위한 핵심 서비스들을 소개하여, 지역 대학의 위상을 널리 알리자는 것.
특히 지역대학 출신으로 해외 현지 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여주면,
분명 희망적인 메시지가 될 터였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해외에서 일하는 졸업생들과 연락이 가능할까요?
시차 때문에 전화는 어렵더라도, 메일로 인터뷰를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담당자의 대답은 단호했다.
“안 됩니다.”
“메일도요?”
“네, 안 됩니다.”
그 순간 마음이 답답해졌다.
‘왜 안 되지? 졸업생들의 성공 사례를 알리는 건 학교에도 좋은 일일 텐데….’
결국 우리가 직접 연락하겠다고, 연락처만 달라고 했을 때에야 담당자의 입에서 새로운 사실이 흘러나왔다.
“실은… 해외 파견 관련 업무는 서울의 대행사가 다 맡아서 진행합니다.
저희가 자세한 사항은 잘 몰라서요.”
처음부터 솔직히 설명했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안 된다’는 말만 남발하다 보니 괜한 벽이 만들어진 듯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한 계약학과를 취재하던 날이었다.
학생들의 수업 모습을 영상에 담고,
짧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전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담당자는 계속 제동을 걸었다.
“지금 약속한 시간을 넘기셨습니다. 이제 촬영은 여기까지입니다.”
우리는 수업을 방해하지 않으려 애쓰며 조심스레 진행했지만,
학생 인터뷰 등 내용상 필요한 촬영이 있었다.
“잠깐만 더 촬영 협조 부탁드리면 안 될까요?”
담당자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건 어렵습니다.”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태도는 이해했지만,
그 경직된 대응 속에서 협력의 여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우리는 쉬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학생들과 협의해 점심 식사 전에 만나 추가 촬영을 진행했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촬영 당시 출연료 지급을 위해 학생들에게 받아뒀던 주소와 연락처에 오타가 있어 정확한 확인이 필요했다.
담당자에게 잘못된 두 학생의 연락처를 확인해 달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안된다였다.
“제가 함부로 확인해 드릴 수 없어요.
저희 팀장님이 휴무시라 내일 오시면 확인한 후 알려드리겠습니다.”
돌아보면, 그들의 태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내부적으로만 논의된 사안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것,
기관의 규정을 지키고 불필요한 책임을 피하려는 익숙한 습관 같은 것.
하지만 그 신중함이 때로는 협력의 폭을 좁히고,
좋은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기회를 스스로 놓치게 만들기도 한다.
지역 대학의 위상을 드러내려던 자리에서,
오히려 단단한 벽을 마주했던 기억.
그 벽은 제도가 만든 것일까, 아니면 사람의 태도가 만든 것일까.
그 경계는 여전히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