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청소년에게 희망 장학금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시기였다.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운동에 재능이 뛰어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있다며 추천을 해온 것이다.
운동, 특히 프로를 꿈꾸는 길은 장비와 훈련비, 합숙비 등 끝없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야구부에 아주 재능 있는 학생이 있는데,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장학금 지원이 꼭 필요해요.”
촬영 날, 우리는 햇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멀리서 보이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체격이 크고 듬직해 보였다.
“저 친구가 주인공 아닐까? 키도 크고 덩치도 좋잖아.”
“그러게, 딱 에이스처럼 보이네.”
우리가 기대 어린 눈빛을 주고받는 순간,
키가 작고 체격도 평범한 학생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오늘 촬영 주인공입니다.”
우리는 잠시 멈칫했다.
이 학생이 맞다고?
주변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왜소해 보였기 때문이다.
“정말 이 학생이 주인공인가요?”
우리가 조심스레 묻자, 감독은 단호히 대답했다.
“네. 우리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입니다. 플레이를 보시면 압니다.”
훈련이 시작되자 학생은 유격수 자리를 지키며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빠른 발놀림으로 땅볼을 잡아내고, 정확한 송구를 이어갔다.
주루 플레이는 번개처럼 날쌔고, 타격은 시원하게 뻗어 나갔다.
순식간에 운동장은 그의 무대가 되었다.
“와… 저 학생, 정말 대단하네.”
“우리가 괜히 의심했네. 우리가 잘못했어.”
우리의 시선은 금세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주인공이 불리한 체격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그 노력이 그대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후 촬영은 학생의 집에서 진행됐다.
좁은 이층집, 낡은 가구들 사이에서 아버지가 우리를 맞이했다.
작은 체구의 그는 허리 부상으로 일을 오래 하지 못했다고 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합니다. 늘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낮고 조심스러운 목소리였지만, 아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누구보다 강했다.
그는 아들의 어깨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우리 아들,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겁니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요, 응원 많이 해주세요.”
방송 출연 이후 학생에게 365만 원의 희망 장학금이 전달됐다.
솔직히 말해, 그 돈이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주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으리라.
세월이 흐른 뒤, 나는 프로 야구장에서 다시 그 학생을 만났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멋진 플레이로 팬들의 환호를 받는 모습.
예전과 달리 그의 표정은 한없이 밝고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 잔잔한 울림이 일었다.
‘그때 우리가 건넨 작은 손길이, 저 웃음의 밑바탕이 된 건 아닐까.’
장학금 하나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그 작은 도움이 분명 그의 발걸음을 지탱했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만들어주었다.
작은 손길은 기적처럼 삶의 방향을 바꿔놓는다.
그리고 오늘 눈앞의 그가 바로 그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