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던 아이를 일으킨 목소리
오래전, 한국에 있는 대만계 화교 학교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 시절 학교 급식이 사회적 이슈였는데,
이 학교는 ‘급식이 잘 나온다’는 소문으로 눈길을 끌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다. 작은 시골 마을 학교처럼 아담했고, 학생 수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모습,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모습은 한국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달랐던 건 점심시간이었다.
탕수육, 마파두부, 그리고 중식당에서나 보던 고급 요리들이 식판에 담겼다.
“아이들이 자라는 시기이니 잘 먹여야지요.
급식만큼은 특별히 정성을 다합니다.”
학교 관계자의 말처럼, 아이들은 맛있게 밥을 먹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나는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싶어 인터뷰를 시도했다.
한 아이가 마이크 앞에 섰다.
처음엔 씩씩하게 대답했지만, 이내 말이 막히고 시선이 흔들렸다.
긴장한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다른 학생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옆에서 친구들이 다가왔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왜 떨려? 네가 제일 잘할 수 있어.”
“한 번 더 해봐. 우리는 다 듣고 있어.”
친구를 응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작지만 단단했다.
그 말들이 마치 손을 내밀어 친구를 붙잡아 주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순간 놀랐다.
그 시절, 방송 카메라가 들어오면 아이들은 보통 “제가 할래요!” 하며
서로 앞다투어 나서는 게 익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달랐다.
자신이 주목받는 대신, 친구가 끝까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켜주고 있었다.
그 응원에 힘을 얻은 걸까.
주저하던 아이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저는요… 학교에서 먹는 밥이 너무 맛있어요.
그래서 매일 기다려져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같이 밥 먹는 게 제일 좋아요.”
말끝은 여전히 떨렸지만, 그 순간의 진심은 또렷했다.
친구들의 환한 미소와 함께, 인터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내 카메라에 담긴 것은 단순한 답변이 아니라 우정을 통해 용기를 얻는 장면이었다.
나중에 교육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화교 학교는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서로 의지하며 친밀감이 깊어집니다.
작은 공동체라서 교우 관계가 더 돈독하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 한편이 시렸다.
우리 아이들은 언제부터인가 친구를 경쟁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앞서가기 위해 서로를 밀어내야 한다고 배우며,
함께하는 기쁨보다 이겨야 한다는 압박을 먼저 느끼고 있었다.
그날의 인터뷰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도 “너는 잘할 수 있어”라며 옆에 서 있던 아이들의 눈빛이,
우정이란 관계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