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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Sep 29. 2024

개 키우지 마세요, 제발

Prologue



혹시 펫로스 증후군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이 글을 클릭하셨다면, 지금 당장 뒤로 가셔도 괜찮습니다. 이 책은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는 비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방법을 저도 모르니까요. 저 역시 그 절망 속에서 길을 잃은 채, 끝없는 슬픔과 고통을 껴안고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글들은 제가 좌절감에 허우적대며 어떻게든 버텨보려던 고군분투의 흔적들이 흘러나온 작은 기록들일 뿐입니다. 


2009년 초여름, 저는 4개월 된 요크셔테리어 암컷 강아지를 데려왔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이 토토였죠. 작고 오밀조밀한 눈코입, 통통한 몸통, 짧은 꼬리, 고르게 난 작은 이빨까지, 녀석은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어 배변 실수가 잦아지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순간에도 토토는 변함없이 소중했고,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언제나 완벽한 존재였습니다.


왼쪽: 견생 4개월차 김토토, 오른쪽: 14살 김토토 )

돌아보니, 제가 토토를 가르치고 보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아이가 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가르쳐주었더군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던 제가 토토를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답니다. 다만, 이 나쁜 녀석이 이별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고 떠났고, 그 덕에 저는 지금도 토토 없는 세상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독학해야겠죠. 이별하는 법은.


2024년 6월 15일, 토요일 오후 1시경, 토토의 심장이 멈췄습니다. 그 순간, 저는 그저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녀석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토토를 꼭 안아주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야 했는데,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두렵고 슬픈 현실을 차마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 순간은 여전히 제 마음 깊숙이 남아 지울 수 없는 한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개 한 마리 죽은 게 무슨 대수냐고요?  대수 중의 대수입니다. 그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죠. 2.8kg짜리 작은 존재가 떠난 자리는 제 가슴속에 2.8톤의 무게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아플 줄 알았더라면, 가능만 하다면 2009년으로 돌아가 토토를 데려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꿉니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저는 여전히 토토를 데려올 겁니다.  이 지독한 펫로스 증후군을 다시 겪는다고 해도, 저는 그 시간을 반드시 또 선택할 겁니다. 내팔내꼰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무조건 데려옵니다, 주저 없이.


혹시 당신이 반려동물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났다면, 남겨진 그 아이가 어떻게 지내길 바라시겠습니까? 당연히 잘 먹고, 잘 놀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겠지요. 먼저 떠난 아이들도 같은 마음일 겁니다. 저는 정말 잘 지내고 싶습니다. 생각처럼 잘 안되지만요. 몸소 이 과정을 겪어내는 저는 '괜찮아질 거야'라는 뻔한 위로 대신, 그냥 버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펫로스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의 무게를 감당하며 견뎌내는 일이니까요. 사랑한 만큼 아프고, 그 아픔이 깊어진 만큼 우리는 그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토토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 1


무지개나라에서 가을을 맞이한 김토토 (feat. 쪼롬)



언니! 나 드디어 무지개나라에 도착했어! 3주 동안 너무 아팠던 나를 밤새 돌봐주고 끝까지 지켜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내가 좀 더 오래 버텼으면 좋았겠지만, 그걸 못해서 미안해. 나는 진짜 언니가 우는 거 보기 싫었는데, 언니는 매일 잠도 못 자고 울고… 미안해, 언니.


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던 그 순간, 혹시 내가 많이 아프지 않았을까 하고 언니가 걱정 많이 했지? 그런데 전혀 아프지 않았어! 갑자기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이 나를 감싸는 거야. 그 빛 속에서 몸도 점점 가벼워지고, 숨 쉬는 것도 한결 편해졌어.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 무지개다리가 펼쳐져 있었지. 언니가 없어서 두리번두리번 언니를 찾았지만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아서 살짝 울컥했어.


그러다가 무지개나라의 아름다움에 홀린 듯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데, 다리 끝에 도착했을 때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거야! 무서워서 또 울컥했는데, 그 고양이가 "야, 너 이리 와봐." 이러는 거 있지? 무지개나라에 오면 꼭 들어야 할 ‘골골송’이 있다면서, 풀밭에 앉아보라는 거야. 고양이의 따뜻한 골골송을 들으면서 마음이 포근해지기 시작했어. 그때 또 다른 고양이가 다가와서는 내 어깨랑 다리를 꾹꾹 눌러주더라! 그 고양이가 웃으면서 "걱정 마, 여기선 아무도 아프지 않아. 이제 넌 무지개나라의 일원이야!"라고 말해줬어. 그 따스함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어. 아직도 언니 보고 싶은 마음은 남아 있지만, 불안하거나 무섭지는 않아!


무지개다리를 건너 환영의 집으로 가는 길에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세상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는 거야! 사실, 떠나기 전에 나 언니가 부를 때 바로 달려가지 못했던 거 알지? 사실 나, 잘 안 보였었거든. 근데 여기선 모든 게 다 잘 보여! 환영의 집에 도착했더니, 나보다 먼저 무지개나라에 온 친구들이 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처음 보는 친구들이었지만, 따뜻하게 반겨줘서 엄청 든든했어. 환영의 집은 정말 아늑하고 따뜻하고, 창가로 햇살이 따사롭게 들어오고, 친구들이 준비한 간식과 장난감도 잔뜩 있었어! 그리고 나를 위해 모두가 무지개나라 노래를 불러줬어. 그 멜로디와 가사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몰라.


언니, 나 여기서 정말 잘 지내볼게. 그러니까 언니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야 해! 나도 언니 기다리면서 씩씩하게 지낼 테니까, 너무 많이 울지 말고 힘내,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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