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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초희

친정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연차로 16년.

공기처럼 늘 곁에 있던 엄마의 칭찬이 사라진 자리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주눅 든 시간이 쌓여갔다.


방황하던 아빠,

가족에게서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엔 버거웠던 감정들.


사람들은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 말이 때로는 무책임하게 느껴졌지만,

결국 나를 회복시킨 건,

그 흐르는 시간과

새로운 일상과 사건들이었다.


그리고 엄마 없이 엄마가 된 지 9년 차.


아이를 키우며 내게 주어진 시간들은

어쩌면 친정엄마가 내게

“이젠, 네 편 하나 더 얻어가도 돼.”

하고 건네준 훈장 같은 선물인지도 모른다.


가족을 위해 달리는 게 당연하고,

아이의 웃음 한 번에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런데도, 그 와중에 문득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 거지?”

하는 생각에 멈춰 서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글은,

그 순간순간의 조각들을 모으는 기록이다.


엄마, 아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로 살고 있는

한 여자 사람의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피식 웃음이,

또 누군가에게는

“나만 이런 거 아니구나”라는

작은 안도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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