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육아는 힘들고 고된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이를 향한 사랑이
남들보다 유난히 커서 그런 건 아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제 자식을 사랑으로 키우고,
나도 다르지 않다.
스무 살 무렵, 나는 엄마를 먼저 떠나보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나는 늘 날 남편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우리가 갑자기 없어진다 해도
아이가 덜 힘들게 살 수 있도록 키워야 해."
그래서 나는 '안전' 외의 모든 부분에서는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규칙을 알려주고, 단호하게 훈육해 왔다.
그 단호함이 때로는 아이에게
차갑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 대신 줄 수 있는 사랑은 아낌없이 줬고
함께하는 시간은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충분히 소중히 여기지만
나와 아이, 단둘이 보내는 모녀만의 시간도
꼼꼼히 챙기며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런 시간들이 너무 행복해서,
나는 친정엄마의 부재를 조금씩 잊고
그 빈자리를 아이와의 추억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며칠 전,
회사에서 비염으로 하루 종일 코맹맹이소리로 고생하던 날,
퇴근 후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 병원 좀 다녀오려는데. 같이 갈래?"
친구들과 놀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아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당연한걸 뭘 이야기해!"
그리고는 내 손을 꼭 잡아끌며
언제부터 아팠느냐고 걱정해 주었다.
나는 아이의 보호자이지만,
너도 금세 나의 보호자가 될 수 있겠구나.
나는 너의 '독립'을 육아의 목표처럼 여겼는데,
너의 '성장'이 나를 과거로부터 독립시키고 있구나.
하루의 피로가 든든함으로 채워졌다.
그래서 나는 육아가 힘들지 않다.
그저 고맙고,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