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단상
지난 23년 12월, 한 해를 보내며 생각해 본 게 있었다.
'행복 그리고 부동산 재테크에 있어 핫 버튼이 있다면.. 그게 뭘까?'
그건 '대응력'이라고 생각했다. 흘러가는 상황에 잘 대응하기 위해선 '집중력'도 함께 필요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행위나 결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됨을 느낀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게 힘이 부친다.
'내가 정말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게 맞나?'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보다 무언가 정답을 찾아보기 위해 어딘가를 헤매곤 한다. 예를 들면 독서나 인터넷 탐색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실제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아리송하다. 내가 탐색하는 그곳에는 여러 생각과 정보가 넘쳐나지만 내 고민을 바로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검색은 아직 자동완성형 답을 내놓지 못한다. 생성형 AI의 놀라운 발전이 내 생각회로를 대체할 날이 언젠가 오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올해는 좀 더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 나아지려나.'
좀 녹슬어 가긴 해도 아직은 작동하고 있는 내 생각회로다. 이를 어떻게 잘 단련시켜야 할까? 이런 고민하다 무더운 여름이 깊어만 간다.
요즘 1기 신도시 재건축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신도시에 재건축이라니..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분당 역세권 아파트를 오래전부터 보유하고 있다. 시간이 참 많이 흐른듯하다. 내가 보유한 지도 벌써 20년이 돼가니까.
얼마 전 재건축 설명회에 다녀왔다. 재건축 추진위가 운영하는 카톡방이나 카페에 참여하여 정보를 모으고 방향이나 속도를 예측해 보려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끝까지 참여할지 고민 중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러 목적상 매도를 좀 더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다. 지금의 재건축은 과거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긴' 게임이기 때문이다.
'좋은 입지의 아파트다. 그런데 노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 건축비 상승 등을 계속 버텨낼 수 있을까?'
불확실성은 높다. 지금은 분당의 여러 단지가 사전동의율로 경쟁하고 있지만 관건은 단지별 사업성이다. 용적률과 기부채납 등 중요 기준을 지자체에서 아직 발표하지 않고 미루고 있다. 분당은 8월 이후에 발표한다고 하니 재건축 프로세스의 순서가 뒤바뀌고 아직 흥행몰이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입주까지 최소 20년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 그러면 70대 후반(?)..'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에 나는 끝까지 참여해 보기로 했다. 이것도 내 삶의 중요한 프로젝트고 새로운 실험이라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인문학도로서 살아가며 새로운 실험이라..'
정신의학 전문의인 와다 히데키의 '늙지 않는 뇌의 비밀'에 나오는 글이 있다. 은퇴한 지인들이 저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어떻게 노후를 보내야 될지 모르겠다', '좋은 방법 없나요?'라고 한다. 그러면 그는 늘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산다는 것을 그냥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안 그러면 자극 없는 뇌는 편해지겠지만 더 빨리 퇴화해 버립니다."
실험은 처음 맛보는 경험들과 시행착오의 연속이고 최종 결과를 미리 알 수 없다. 실험이란 한 번에 성공적으로 끝날 확률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어쨌든 해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남은 인생 자체가 실험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단 한 가지의 정답을 찾으려 하는 초조함에서 자유로워진다.
좀 불확실해도 오랜 시간 뇌를 자극할 큰 덩어리를 의도적으로 선택해 보는 거다. 오래 탐색하고 배우고 경험하며, 시행착오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정말 그런가?
"...."
'실험이 실패하면 어쩌나?'
투자만이 아니라 살아가며 하는 모든 결정은 기회비용을 감내하고 이겨내야 하는 인생 행위다. A와 B란 선택지 중에서 B 대신 A를 선택하면 포기한 B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기대 이익은 없다. 때로는 더 큰 손실이 날 수도 있다. 뭐든 결정의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데 재건축 장기 보유도 마찬가지다. 자칫 매우 긴 시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
다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재건축 투자에서 보유 물건을 입주 때까지 꼭 가져가야 할 의무는 없다. 분당은 이미 리모델링 단지 몇 군데가 철거 및 공사를 시작했고, 앞으로 선도단지의 재건축이 시작되면 향후 수십 년간 매수세와 매도세의 '기' 싸움이 강남 재건축 시장처럼 펼쳐질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에 따라 시장은 수시로 요동치고 추가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기회와 리스크가 교차하며 나타날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희망은 인간의 근본적 '욕망'에 연결되어 있다. 미래수익에 대한 예측을 숫자로 합리적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 문화적 변화 그리고 인감의 심리 변수까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 채 열망과 희비의 춤을 추게 될 뿐이다.
다만 빠른 성공이나 실패로 인한 후회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던지고 모호한 대상을 더 파악해 보자는 실험정신을 가져보려 한다. 내 성격이나 기질상 완벽해지려는 것을 애써 거부해 보려 한다. 일본 유니클로 회장인 야나이 다다시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뭐든 손해를 보더라도 망하지 않는다. 다음 실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실험을 한다."
그래서 행복과 부동산 재테크의 또 다른 핫 버튼은 끊임없는 '실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