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는 공존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은 찾아가 볼 만하다.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 한 제주도 '하늘의 교회'를 10여 년 전 처음 봤을 땐 그저 이국적 느낌이라 좋았다.
당시 그 건축물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소위 '몰입'을 경험했다. 그런데 최근 충남 아산에도 이타미 준의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충남 아산의 온양민속박물관에 있는 구정아트센터가 이타미 준의 작품이다. 마침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 새로운 국면 전환이 필요했다. 아내와 함께 온양으로 차를 몰았다.
도착하니 너무 더운 날씨라 그런가. 그곳엔 사람들이 없었다. 온양민속박물관은 부지 전체가 잘 가꾸어진 큰 공원이다. 목표지점까지 단 몇 미터를 걷기에도 숨이 벅찼다. 이 더위에 왜 왔나 하는 생각마저 드는 순간,
"후.. 더워라.. 이 건물인가?"
숲 속 부지 한쪽에 외로운 듯.. 하지만 꿋꿋하게 이 습하고 무더운 날씨를 말없이 버텨내고 있는 건축물이 있었다. 우리가 눈을 뜨고 매일 보는 그런 콘크리트 아파트 건축물이 아니다. 지붕의 모양은 아산 연고인 이순신 장군을 기려 거북선 모양으로 만들었고 이 지역의 돌을 캐서 두드리고 쌓았다.
낯설지만 편안한 오브제다. 이럴 땐 머릿속 어느 부분이 왠지 말랑말랑 해진다. 아쉽게 실내는 특별 오픈 기간이 아니면 볼 수 없다. 하지만 외부에서 단아하면서 조화된 질감을 잘 감상할 수 있었다. 이것을 보러 많은 건축가 지망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아내에게 물었다.
"이 건축물의 가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역의 역사를 새로 조형한 자연의 일부."
"오, 그럴 듯."
그런데 나는 이 건축물 앞에서 떠오르는 다른 이미지가 있다.
얼마 전 강남의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1986년에 완공된 38년 된 20억 대의 30평 아파트다. 짙어지는 여름 속에 시간의 흐름이 겹겹이 녹아가고 있었다. 나무 높이가 어느새 아파트를 앞서가려 한다.
"이 아파트의 가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불확실하지만 미래가치를 품고 있는 삶의 기억들?"
"흠.. 또 그럴 듯.."
세월을 버텨가는 건축물.. 보기 좋다. 예술작품이 아니어도 모든 건축물은 나름의 스토리를 써간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해서 그렇다.
나도 그들과 함께 함께 이 무더운 여름을 버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