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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운트레이크 Jul 21. 2024

타고 온 배를 불태울 수 있는가

일론 머스크에서 재테크 고민으로 옮겨가기

무더운 여름 휴가지에서 갑자기 웬 '배를 불태운다'라는 단어에 꽂혔을까?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라는 책이 있다. 735p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다. 처음엔 무거운 책 두께만으로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다행히 제법 술술 읽히는 편이다.

 

내게 흥미로운 부분은 사업의 고비 때마다 폭발적이며 파괴적인 혁신을 만들어내는 일론 머스크만의 'All-In 사고방식'이다.

 

일론 머스크는 위기 때마다 광적인 위기감을 조성하고 기존 관념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극단적인 목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열렬히 몰두하게 만들고 포기하기 직전까지, 극한으로 몰아간다.


'혁신의 아이콘, 리더십의 정체가 그저 충동적이고 강박적인 심리일까?'


만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테슬라나 스페이스 X는 존재할 수 없다. 리더가 차근차근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리스크를 피하고 주변의 평판을 의식했다면 '자체 발광식' 변화의 폭발력을 만들 수 없다.


책의 중간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그는 새로운 스타십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타고 있던 '배를 불태우는 전략'을 고민했다.."


중요도가 더 높은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기존 프로젝트는 폐기하고 자원을 재배치하려는 것이다. 그는 불확실 덩어리인 미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지, 그 임계점이 어디쯤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건 행운을 바탕으로 한 대단한 통찰력이다. 다만 그 통찰력은 현재의 방식에 대한 철저한 부정과 의문에서 출발하는 '합리적 고집'이다.

 

물리학의 진리를 거스르는 것 외에는 인간의 기존 경험이나 지식은 모두 재검토 폐기대상이다. 

그래서 리더로서 불안정해 보이고 때로는 신뢰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행위 자체가 파괴적인 혁신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는 어떠한가?' 


나는 여러 가지 옵션을 고민하고 예상 리스크를 대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기업에서 30년을 관리직으로 일하면서 이런 '생각 회로'가 훈련되고 세팅되었다. 요것 저것 미리 따져보니 큰 실패는 피하지만 반대로 큰 성공을 이루기는 힘들다.


'그래도 아직은 이만큼 잘 버텨왔는데 뭘?^^..'


그런데 말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타고 온 배를 불태우는 전략도 필요할 거 같다. 돌아갈 배가 없다면  정신 바짝 차리고 '지금 여기서' 끝장을 봐야 하는 것이다. 맷 히긴스가 지은 책 '플랜 B는 없다'에도 이러한 성공사례를 다룬다. 이 책의 원작 이름이 'Burn the Boats'이다.


부동산 투자 결정에서 나는 늘 플랜 B를 따로 생각하고 퇴로를 준비하며 진행했다. 좀 안전하게 길게 보고 대안을 준비하려 했다. 그럼 이런 생각도 틀린 것일까?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혼돈기다. 65세 인구가 전 인구의 20%를 넘어가고 있는 와중에 서울의 일부 아파트값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아파트 시장에서 폭넓은 매수 세력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반등이다.


미래의 주택 수요자(젊은 인구)보다 잠재적 주택 공급자(노령인구)가 훨씬 많아지고 있다. 재건축도 어려운 구축 주택을 보유한 인구의 대부분이 60세 이상 노령 인구로 꽉꽉 채워지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아파트 가격 상승의 에너지는 앞으로 매우 유한하다. 여기에 플랜 B는 없다.


이렇게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 구조는 정해져 있는데 '그래도 과거처럼 가격이 폭등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왜 자꾸 들까?

 

이런 기대와 경험이 바로 내가 지금까지 타고 왔던 배다.


'내가 타고 온 배를 불태워라' 그래야 여기서부터 앞이 보인다.

 

각자 타고 온 그 배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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