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게도 젊은 날에 큰돈을 갖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한 건 없어서 운이 좋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좋았다. 내가 잘한 줄 알았다. 내가 잘난 놈인 줄 알았다. 몇 년을 신기루 속에 살다가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는 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돈은 실체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지난 삶이 거대한 사기극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언젠가 이때다 싶으면, 그때가 오면 흥청망청 쓰고 게워내야지. 그러다 돈이 다 떨어지는 날이 오면, 그때는 목수가 되어야지. 가난하지만 행복한 목수가 돼서 널 위해 돈 벌어야지. 그땐 지금의 공허가 아주 낯선 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