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난
네가 슬픈 게 싫다
비록 내가
네 슬픔에
일조했지만
네 슬픔을
더하고 말았지만
그래서 그게 참
미안하지만
난 네가 슬픈 게 싫다
우리가 함께 했던 곳을
뒤적여본다
혼자서 찾아가본다
우리가 갔던 카페
우리가 갔던 한강 기슭
우리가 갔던 숲 속
산들바람 속
우리가 했던 장난들
터무니없는 모든 것들
그 어리석은 모든 짓들
우리가 먹었던 것
우리가 마셨던 것
우리가 만졌던 것
우리가 보았던 것
우리가 들었던 것
우리가 걸었던 곳
우리가 누웠던 곳
그곳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속삭였던 말들
폭우 아래에서
함께 췄던 춤과
폭풍 속에서
외쳤던 비명과
터져버린 눈물과
터져버린 웃음에
하늘이 가까웠던
그곳을
되짚어본다
오늘도 그 모든 것들을
한데 버무려
끓여낸다
한솥 되직하게
그리고 홀로
먹고 마신다
한 숟갈 한 숟갈씩
그때 그곳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모든 게
달라져있다
그래서 달고 쓰다
난 네가 슬픈 게 싫다
네가 슬프면 나도 슬프니까
그러니까 부디
잘 지내야 한다
다음에 만나
반갑게 인사할 때까지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 같이
그날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