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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Oct 27. 2024

쇼핑 싫어하는 애가 어떻게 세일즈를 해?

옷장 2개를 비우고 깨달은 물건에 대한 본질

2019년 가을, 공허하고 심심했던 퇴근길.

습관처럼 옷가게에 들렀다.


이미 옷장에 옷이 가득한데도 딱히 입을 옷이 없었다.

너울거리는 감정 기복을 스스로 이기지 못해 또 쇼핑으로 허전한 마음을 달랬었다.

한 달 80만 원의 인턴 장학금은 택도 없었다.


졸업을 목전에 앞두고 코로나가 터졌다.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 무서워 수험생으로 우회했었다. 집 밖에 나갈 일이 없었고, 약간의 우울증세가 보였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영상, 책을 접했다. 점점 쓸모가 없어진 옷들을 버리거나 정리했다. 문제는 쓸만한 물건까지 없앴다는 거였다.

엄마는 무슨 지X를 떠냐면서 미X짓을 그만하라고 성화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 눈에 뵈는 게 없었나 보다.


보세옷, 엄마옷, 동생옷, 친구옷으로 단벌옷장 시절

내가 가진 옷들은 속옷과 사계절 옷을 모두 포함해 30벌도 채 되지 않았다.

똑같은 옷을 매일 입으며 생각했다.

‘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그 이후로 쇼핑에 철학이 생겼다.

물건을 들이기 전, 스스로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던졌다.


‘꼭 필요한 물건인가?‘

‘얼마나 쓸 수 있나?’

‘1평의 값어치를 하는가?’


예쁜 쓰레기를 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신중하게 구매한다.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당근에서 사서 몇 번 입고 당근으로 다시 판매한다. 하지만 이에 품이 꽤 들기 때문에 자주 하진 못한다.


트레이닝 온보딩 중 Align 레깅스 입고 거울샷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룰루레몬에서 3개월 간 일하며 다양한 게스트를 만났다.


오늘 세 명의 중년 여성 일행이 매장에 방문했다.

요가할 때 입을만한 레깅스를 찾고 있어 가장 유명한 Align으로 에듀케이팅했다.

원단도 만져보고 사이즈와 색상도 골랐다.

”그래서 얼마예요? “

“138,000원이요.”

“무슨 레깅스가 그렇게 비싸?”


지난 100일 동안 50번 넘게 입어보니 알겠더라.

그 비싼 값어치를 한다.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자주 입던 젝시믹스 레깅스는 30번도 채 입지 못하고 버렸다. 보풀이 심하고 늘어나니 싼 게 비지떡이었다.


그 여성들은 가격을 듣더니 더는 내 말을 들을 새도 없이 바로 발길을 돌렸다.


온보딩 기간 트레이닝을 받으며 나는 패션에 대한 안목이 트였다.


최고급 원단을 사용해 만든 제품을 입고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 최상의 퍼포먼스를 낸다.


우리 브랜드를 경험하고 제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게스트는 기꺼이 값을 투자해 구매로 이어진다.


부자들의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좋은 옷의 원단을 피부로 느끼며 익힌다고 한다.

최근 소울정에서 패션의 인문학을 보고 더욱 스타일의 중요성을 느낀다.



자체 핏세션

그래서 내가 가진 업의 환경과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

퇴근 후, 핏세션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원단을 피부로 느끼고 느낌을 기록한다.

제품의 특징을 하나씩 파헤쳐보고 에듀케이팅에 적용한다.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여러 스타일로 믹스 앤 매치한다.



여전히 쇼핑을 귀찮고 싫어하지만

세일즈와 에듀케이팅은 재밌기에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다져나간다.


앞으로 일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하나씩 풀어봐도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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