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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하늘 Nov 22. 2021

그 겨울, 꿀고구마

할머니가 손녀에게 주는 달달한 사랑

 지난 주말, 고객이 달달한 군고구마 한 봉지를 손에 들고 매장에 들어오셨다

 늘 빈 손으로 오는 법이 없는 고맙고 사랑스러운 고객님이신

그날 오전 엄마와 함께 간 곳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데 맛있어 보여서 나와 직원의 몫까지 품에 꼭 안고 가지고 오셨다.

 지난 주중에는 울산 지점에 방문했다가 오븐에서 방금 구운 맛있는 군고구마를 얻어먹었는데 얼마나 달달하고 맛이 있던지. 임신으로 배가 불러 답답한 위장에 자꾸 밀어 넣고 싶은 마음에 다 먹고 와버렸다.



울산 점장님께서 내다 주신 맛있는 고구마. 또 먹고 싶다...

 오늘은 유난히 찬 바람이 분다.

 이제 정말 겨울이 왔나 보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엔 마땅한 간식이 없었다. 한겨울에 제일 맛있는 간식거리라고는 할아버지께서 밭에서 캐 오신 무시만 한 고구마.

 내가 어릴 때 우리 할아버지께서 심으신 고구마는 호박 고구마처럼 촉촉한 고구마가 아니라 일명 밤고구마라고 딱딱하고 목이 막힐 것만 같은 텁텁한 고구마였다.

 할머니께서는 구들장 아랫목에 따뜻하게 보관한 고구마를 간식거리로 삶아주시곤 했다. 목이 막힐 때면 할머니께서 쭈욱 쭈욱 찢어주시는 김장김치와 먹을 때도 있었고, 때로는 구수하게 끓인 보리 차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비록 텁텁해도 맛은 달달했던 할머니의 고구마.

 때때로 군불을 때시는 할아버지께서 고구마를 불에 직화로 구워 부지깽이로 살살 굴려서 주실 때면,

 시골 깡마른 어린 손녀의 얼굴은 시커먼 재로 치장을 해 있곤 했었다.



 시간도 흐르고. 사랑도 흐른다.


 오늘 저녁,

유난히 찬 바람에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심으신 고구마로 꿀맛 같은 간식을 해 주시던 할머니의 사랑의 냄새가 묻어나는 것 같다.


 내 어린 시절 가슴이 뻥 뚫릴만한 깨끗한 찬바람이 오늘 내 얼굴을, 내 콧 솟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꿀고구마의 사랑'김'이 한 '김' 그리워진다.


 그리고  그 시절 영원히 그렇게 함께 할 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내 곁에 없음이 내 기억의 한 조각으로 내 몸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제는 받아 볼 수 없는 그 사랑을 내 아이들에게 남기려 어린 시절 내가 받은 사랑의 흔적과 그리움을 조용히 흘려보내 본다.


풀만 무성하던 할머니집 앞마당이 친정엄마의 손길로 예쁘게 다듬어졌다. (feat. 이제는 친정집)

*참고로 할머니는 살아계심. 병원에 계셔서 요즘은 잘 못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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