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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하늘 Sep 26. 2022

가을

메마른 풀내음이 마음 속 고향을 향한 향수를 깨우다.


어느새 하늘은 높고 푸르러져 있었다.

가을, 가을 하늘.

내가 유난히도 좋아하는 계절.

내 이름의 ‘민’ 자가 ‘가을 하늘’을 뜻으로 품어서일까.

나는 가을이 참 좋고 가을 하늘이 참으로 좋다.


우리집 옥상으로 가는 길에 남편이 옮겨둔 팜파스그라스가 가을을 뽐낸다.


어릴 적 할아버지 댁에서 자랄 때.

가을이면 꼭 나는 냄새가 있었다.

마른 풀냄새.


조금 더 추워지면,

들에는 온통 가지런히 잘라놓은 볏단들이 줄지어 누워있었고,

그 옆을 자전거를 타고 쌩 지나갈 때면

바짝 마른 풀내음이 내 코를 가득 품었다.


무슨.. 개도 아닌데,

나는 계절을 냄새로 먼저 맞이한다.


우리집 화단의 무화과나무는 로즈마리와 레몬밤과 이웃사촌 간..


잠이 와서 칭얼대는 막내를 업고 마당을 둘러보던 중에 눈에 들어온 풍경들 그리고 냄새.


어릴 적 향수를 불러오는 냄새가 눈앞의 장면들을 더욱 아련하고 따뜻하게 느껴지게 한다.


찬바람이 불면 따뜻한 집이 생각나듯.

가을바람에 실려 온 어릴 적 고향의 향수는

차가워지는 내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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