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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Jan 22. 2024

지긋지긋한 관계

안녕~!

올해 목표 중 하나가 나의 불평불만과 감정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부분이 있다. 물론 아무한테나 그런 말이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그런 불만과 우울한 감정을 자주 들어야 하는 그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힘들지 가늠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나에게는 숨구멍 같은 고마운 지인이지만 그 지인에게 있어서 나는 항상 우울하고 힘든 사람으로 나와의 만남이 그 지인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자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괜히 찔린 나는 올해 지긋지긋한 관계들을, 나를 비롯한, 좀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것의 첫 단계가 바로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이다.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모른다면 과연 어떤 관계를 정리할 것인지 기준이 모호하게 되어 버린다. 내가 믿고 의지하고 있는 그 지인이 나를 지긋지긋한 관계라며 정리해 버릴 그런 사람은 아닐 거라 믿지만 갑자기 상황은 변할 수 있고 그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 내가 이제까지 그가 나에게 해주었던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인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사람이 동등한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주기만 하고 다른 한쪽이 받기만 하는 관계로는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주기만 하는 사람이 그렇게 느끼고 있듯이 받는 사람 본인이 받고만 있다고 인정하고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삶에 있어서 힘들 때는 누구에게나 있다. 물론, 인생에 있어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를 알게 되고 그에게 힘든 점들에 대해 서로 나눌 수 있는 관계라면 긍정적이며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 다른 쪽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관계라면 그 관계가 과연 괜찮은 관계인지는 본인이 생각해 봐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그렇다. 나 자신이 지긋지긋하다. 힘들 때 자신 안에 있는 힘듦과 분노, 우울을 혼자 떨쳐내지 못함이, 그런 나약함이 싫다. 16살 내가 일기장에 썼던 그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마음을 계속 원해왔음에도 여전히 주변 환경에 의존하고 있는 약한 마음이 지긋지긋하다.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솔직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스스로 잘못을 찾아 그 무엇에라도 미안하다고 말할 어떤 것을 찾아내고 그것에 근거해 결국 '미안하다.'라고 말하게 돼버린다. 


나와 같은 지긋지긋한 사람이 타인 일 수도 있다. 내 일상에서 사라져 줬으면 바라게 되는 사람이 누구나 한 두 명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내가 집에 틀어박혀 있지 않는 한, 무인도에 가 있지 않는 한 계속 그런 인간들은 어디서나 정말 두더지처럼 주변에 나타난다.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것을 좋게 이끌어나가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관계에 있어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게 되면 꼭 그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느껴지고 어쩌면 자신의 무능력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남들이 보기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다니고 있는 회사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스스로에게는 족쇄와 같이 느껴질 수 있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어 괴로움을 주는 원인이 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럴 수도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평판은 중요하고 그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 같아 괴롭다. 정말 그럴까?

때로는 도망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렸을 때는 도망친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삶은 그렇게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다. 이것이 옳다고 저것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진실이 달리 보이게 될 수도 있다. 지금 지긋지긋한 관계에서 도망치는 것이 잠시 비를 피하는 일일 수도 있다. 소나기를 피하는 사람을 어리석다고 비웃는 사람은 없다. 그냥 내 마음을 편하게 하고자 할 뿐이다. 나 스스로 너무 받기만 하는 사람이거나 너무 주기만 하는 사람이거나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양쪽 다 해당하는 사람이거나 지긋지긋한 그런 관계에 있어 잠시 피해있어 보는 것이다. 그것이 잠시가 되었다가 마음이 고요해지고 비가 그치게 되면 다시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리워지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때는 나 자신이 좀 더 단단해져 있으리라 생각한다. 적어도 비가 올 때는 피해 있어야 한다는 지혜를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는 내 두 다리로 단단히 서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지긋지긋한 나와의 관계를 잘 정리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 내 마음에 피난처를 만드는 것. 16살로부터 한 참 지나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의 나이에서도 여전히 마음이 단단해져 주변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흔들리지 않게 되는 것이 현재의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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