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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Feb 19. 2024

무탈한 날을 기다리며

감사합니다....

인생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현재 지금 당장 고난의 시간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행히 힘듦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아직 앞으로 닥칠 일을 모르고 고난의 늪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 자신이 어디쯤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저 표면적인 부분만 볼 수 있는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인생이 언제나 자신보다 나아 보이는 착각을 하곤 한다. 


어떤 사람들의 인생은 우리보다 조금 더 고달픈 상황에 있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의 인생은 우리보다 더 운이 좋아 보인다.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어 사람들의 인생을 기준에 따라 나누어 등급을 매길 수는 없지만 소나기가 내릴 때 우산을 쓸 수 있는 사람과 아무것도 없이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사람은 분명 이 세상에 같이 존재하고 있다. 어디에 시선을 두느냐에 있어 자신의 불행 등급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고통도 존재한다. 그것은 굶주림,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 전쟁의 피해, 회복될 가망이 없는 질병과 사고로부터의 고통 등이다. 이것은 당장의 생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현재의 삶이 이런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도 세상에는 많다. 그러나 자신의 삶이 고통에 한가운데 있음을 알고 있다고 해서 딱히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람은 고통과 괴로움을 피하려고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의식적이든지, 무의식적이든지 노력하게 된다. 그냥 죽음을 기다리든지 여러 가지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자신을 보호하게 된다. 


학자들은 심리학적으로, 병리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이런 고난에 빠진 사람들을 분석하여 사람들이 고통에 가득하게 될 때 그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또한 연구한다. 현실을 직시하라던지, 이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 것이라던지, 약을 건네주던지 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치료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방법들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힘든 날만 존재하느냐고 물어본다면 또 그건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계속 힘들기만 한 삶이 있다면 세상에서 살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삶에서 그래도 숨 돌릴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조금씩은 존재한다. 그것 역시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라 비교될 수 없다. 어떤 사람의 삶이 너무 비참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는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들은 볼 수 없는 자신만의 휴식처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끼지만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처럼 살아가는 모습으로 견디고 있는 것이다. 대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날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낀다.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서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뭔가를 더 원하거나 더 욕망하지 않는다. 행복을 포기한 것은 아닌데 묘하게 욕심이나 조바심은 보이지 않는다. 좀 더 살펴보면 조바심이 없기에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어 보인다. 처한 현실이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아님에도 그들이 그런 모습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는 그들 자신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저 힘든 나날들 중에서도 오아시스처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런 무탈한 날들이 있길 바랄 뿐이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그저 내 힘든 삶이라도 살아갈만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는 것은 나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날이 오늘이라면 너무 좋고, 내일이라면 더욱 좋다.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어떤 부분을 삶에서, 시간 속에서 남겨두어 내일이 힘듦 속에서도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탈한 날은 그런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무탈함에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내 삶에 실망하는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감사하고 만족할 만한 부분도 존재하고 있다. 그저 내 마음에 흡족할만한 무언가에 집중하여 감사함을 좀 더 크게 만들어 볼 수 있다면 어쩌면 삶에 더 이상 조바심을 내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 무탈한 나날은 나를 나답게 해주는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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