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jebell Oct 07. 2024

실수할 수 있음

다른 사람의 실수에 관대함

사춘기 시절을 돌아보면 친구들과 투닥거리며 싸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에는 친구의 실수나 나의 실수에 대해 참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러니 그렇게 오해하고 미워하고 싸우기도 했던 거겠지. 그때의 관점으로는 친구의 실수는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꼈을 수도 있고 크나큰 잘못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그저 실수였을 뿐이었는데 큰 피해를 입은 것처럼 친구를 용서하는 데 있어서 쪼잔하게 굴었었다. 


그런데 현재 생활에 있어서도 어떤 면에서 보자면 다른 사람의 실수에 대해 너무나 쪼잔하게 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직도 사춘기 시절의 예민함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오프라인 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어떤 기사나 영상에 댓글을 읽는 재미가 주된 내용보다 쏠쏠할 때가 많이 있는데 군데군데 실수를 지적하고 날카롭게 구는 글을 보게 될 때도 많다. 재치 있는 댓글들을 보다가 그런 글들을 보게 되면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굳은 결심이 보이는 것 같다. 


혹은 그 사람이 정말 정당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인지 자세히 살펴봐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의견은 정말 어쩌다 한 번 발견하게 될 뿐이고 대부분은 사춘기의 예민함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어쩌다 한 두 명이 아닌 그런 태도를 지닌 다수를 만나게 되면 마음이 무거워지게 되기도 한다. 한 번도 실수하지 않은 사람인 것처럼 자신의 의견이 옳음에 확신에 차서 남의 실수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다수의 논리로 결론을 내버리는 의견들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지금의 의견이 자신의 실수나 오판일 수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 설사 그 의견이 맞고 비판받는 그 사람의 실수가 맞을지라도 그리 심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리고 대체로 실수에서 더 큰 교훈을 얻는다. 또한 '한 번만' 실수하는 사람은 없다. 상당히, 자주 크고 작은 실수들을 늘 저지르면서, 그것을 수습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한 사람이 자신의 실수를 수습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기회가 주어져야만 한다는 부분이다.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재기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은 그것은 너무나 무겁고 무서운 일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일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버겁다 생각한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도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다만 그 에너지를 조금 더 관대함에 사용할 수 있다면 실수로 인해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까 봐 현재를 걱정하면서 살지 않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뉴스에 나오는 누군가의 악행보다 사실은 더 큰 선행과 관대함으로 인해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이 없다면 세상은 진작에 망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들이대는 엄격한 잣대는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기준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떤 일이든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준이 타인의 실수, 나의 실수를 비난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주어지길 바라는 기회만큼 타인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만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고 다른 사람은 배우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발전의 속도와 폭은 다를 수 있지만 기회가 주어짐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거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의 실수가 조금은 관대하게 받아들여지기 바라는 만큼 다른 사람의 실수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강한 비판과 비난보다는 다정함과 선의, 친절, 관대함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좌절하지 않게 해 줌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었음을 알고 있다. 오늘 누군가의 실수로 삶이 조금 삐걱거렸다면 따뜻함으로 생채기난 부분에 약을 발라주어도 좋을 것이다. 현재, 지금의 그 따뜻함이 당장 무언가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듯 보일지라도 누군가에게 있어서 오늘 당장 숨을 쉴 수 있는 구멍이 되어 주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내 마음속에 잠시 머물고 사라진 타인에 대한 관대함을 보인 그 순간은 오히려 자신을 따뜻하게 만들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수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은 결코 새로운 것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

  - 알버트 아인슈타인


작가의 이전글 명절이 또 돌아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