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바라보는 흔들리는 나...
얼마 되지 않은 직장 생활이었지만 저에게 업무를 알려주던 사수와 같았던 동료가 퇴사를 선언하였습니다. 더 이상 스트레스받으면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직장에서도 제대로 일을 잘 해내는 것 같지 않고 집에 가서도 계속되는 집안일... 육아.. 등으로 인해 쉴 수 없는 시간이 쌓여갈 수 록 여기나 저기나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는 느낌에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했습니다. 겉으로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는 조금이라도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고 아이들이 학교 가고 없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것만이 그가 직장을 다니기로 한, 혹은 그만두기로 한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직장이란 직장인이 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막상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게 되면 퇴직을 꿈꾸게 되는 희한한 곳입니다. 사실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월요병이란 것이 생기게 되고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약간의 불안감, 우울감, 어두움 등도 그날그날의 차이만 있을 뿐 늘 함께 하게 됩니다. 분명 직장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왔음에도 뭔가 놓친 일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에 시달리는 것은 저만 그렇게 그런 걸까요? 아마도 퇴사할 때까지는 계속 이러한 불안을 어느 정도 감내하면서 일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직장에서의 시간과 퇴근 후의 사적인 시간을 정확히 구분하여 생활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퇴근을 하더라도 자신이 하던 업무에 대한 불안이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어떤 장소에 가더라도, 어떤 시간이 되더라도 자신을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을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느낌을 잘 떨쳐버리고 균형감 있는 생활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을까요?)은 정말 멘털이 강한 분들이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멘털을 갖지 못한, 혹은 만들지 못한 사람들은 직장을 다니면서 내내 불안감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직장인들은 잠시라도 이러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벗어버릴 수 있는 효과적인 자신만의 방법이 무엇인지 찾게 됩니다.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퇴근 후 친한 친구들과의 술자리일 수 있고 취미생활일 수 있으며 여행 휴가, 혹은 집에서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재충전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불안과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감소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의 동료처럼 결국은 퇴사만이 답이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장인의 퇴사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일이 정말 힘들어서 일수도 있고 직장 내 인간관계가 힘들어서 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직장에서 자신의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동료의 퇴사를 지켜보는 또 다른 직장동료의 마음 역시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특히 저와 같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의 입장에서 아직 직장을 다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직장 동료가 퇴사한다고 하면 이것이 탈출해야 한다는 신호인지 아닌지 헛갈리게 됩니다.
퇴사하는 동료에게는 퇴사의 분명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그저 신입 직장동료인 저로써는 그의 퇴사 이유가 마치 안개 낀 바다처럼 확실하게 보이지 않아 사실 불안한 마음이 커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직장동료의 퇴사는 그 관계가 긴밀하거나 잘 맞았다면(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남은 동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동료의 퇴사를 의아하게 바라볼 수도 있고, 부러워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자신도 이참에 함께 그만두고 이직을 고민할 수도 있겠습니다. 누군가의 퇴사는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어찌 되었든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저는 일단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기에 사실상 제가 퇴사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과 아무 경력도 없는 저를 일단 가능성을 보고 뽑아주었는데 그래도 그에 대한 책임은 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적어도 1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야 된다는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어떤 직원이 저의 동료로 올지 모르겠지만 다만 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함께 직장의 어려움을 버텨 나갈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동료로서 만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물론, 저도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는 그런 동료가 되고, 또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