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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Oct 20. 2022

 부모에게서 벗어나기

어른은 자립한 사람이에요.

세상에 문제없는 가족이 있을까?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어떤 가족들에게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녀가 어릴 때는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어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다. 아직 부모는 젊고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력 아래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자녀가 점점 성인이 되어가고 있는데 부모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 변화를 두려워하는 데 있다.


부모가 겪어온 과거의 경험과 지금 우리 자녀가 겪고 있는 경험은 다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는 자신이 경험했던 충격이나 결핍, 받지 못한 애정, 성취하지 못한 소망 등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자녀를 통해 그것을 충족받고자 하기도 한다. 그들의 시대는 과거에 있고 자녀들의 시대는 미래에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시대를 앞서 자녀들을 다그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자녀들은 부모와 마찬가지로 이 생을 처음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이 생을 먼저 경험하고 있는 인생의 선배로써 자녀들에게 부모는 처음이라 그렇다고 부모 자신의 이해만을 구하지는 말아야 한다. 자녀 역시 그들 부모의 자녀 역할은 처음이다. 이 세상에 부모보다 훨씬 나중에 온, 아직은 부모보다 나을 것 없는 이 세상의 신참자일 뿐인 것이다.




욕구를 충족하는 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중요하다. 그런데 욕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부모나 배우자, 친구를 갖기란 힘들다. 아니, 찾을 수 없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 해야 할 부모가 오히려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모 또한 어려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 아이가 병들어 있어 다른 사람을 이용해 건전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찰스 화이트필드/엄마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받은 너에게>




자녀가 부모의 부족함과 잘못된 욕구를 깨닫고 그들로부터 독립해야만(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밖에서 보기에 그저 평범해 보이는 우리 가정 안에서 부모로부터 괴로움을 당하는 자녀는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 자신도 자신이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지, 부모로부터 알게 모르게 가스 라이팅을 당하고 있는지, 최소한의 필요한 것 외엔 아무것도 제대로 받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성인이 되면서 그 괴로움이 쌓여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가야만 살기 위해 독립을 결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끝까지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부모 쪽에서 입장을 바꿔 자녀가 독립하지 못하게 오히려 방해하고 매달리는 경우도 생긴다.


뭐든지 지나치면 지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내심에는 사람마다 정해진 한계란 것이 존재한다. 희생하고 인내하는 능력은 쓰면 쓸수록 무한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정해진 한계 내에서 그 능력을 다 써버리게 되면 그 사람에게 결국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제까지 받아 왔던 부조리한 상황에 인내해 왔던 자신의 노력이 가족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들과 같이 살기가 어렵다. 이제까지 문제없이 지내 왔다고 해서(그들의 주장) 자녀 자신만의 인내와 희생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갈등을 바라보는 관점을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만 놓고 본다면 부모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고 정혜신 정신과 의사는 말했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으려면 개인 대 개인의 관계로 봐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관계는 일상에서의 가족 관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성숙한 인간이 가족 안에 있다면 그 난이도는 더 높아진다.

자녀 역시 과연 자신이 성숙한, 건강한 인간이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에 더욱 부모와의 관계에 끌려 다니게 되는 것이다.


성장한 건강한 자녀와 건강히 나이 들어가는 부모도 충분히 맞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이 어쩌면 더 자연스러운 상황일 수 있다. 하물며 서로 미성숙한 인격을 지닌 건강하지 못한 성인들이 갈등을 겪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부모, 가족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갈등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정말 어른이 된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런 순간이 오면 끔찍하고 두렵기도 하고, 없었던 일처럼 외면하고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처음이라 두려운 것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다. 그 고비를 지나면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자립의 순간이다."

          <줄리 리스콘, 헤임스/어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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