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말고 개싸움에 성공은 없다.
개싸움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개들이 싸울 때 보면 살벌하다. 진흙탕에서든, 불구덩이 속에서든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승부에 모든 것을 건 듯한 모습이다. 일단 싸움이 일어나면 이겨야만 한다. 그래야 오래전부터 그들의 조상들이 그랬듯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에 개를 키웠던 경험이 있는데 종종 개들이 싸우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우리 집 개는 큰 개는 아니었다. 몸집은 작은 개였는데 내가 봤을 때 머리가 아주 영리한 개였다. 그때는 개를 집에 묶어놓고 키우던 시절은 아니었던지라 우리 집 개는 자기가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왔다. (밥은 늘 집에 와서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종종 밖에서 다른 개들과 싸움(사소한)을 했다. 내가 항상 지켜본 것은 아니었지만 가끔 우리 집 개가 싸우는 것을 볼 때가 있었는데 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우리 집 개는 절대 자기가 질 것 같은 개와는 싸우지 않았다. 멀찍이 보고 마주치지 않게 돌아간다. 그리고 만만한 개를 희생물 삼아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었다.- 대부분 그 제물은 옆집 해피였다.- 싸울 때는 늘 자신이 잘 아는 장소에서 싸웠다. 그래서 작은 개였음에도 동네 개들의 골목대장이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살다 보면 때때로 개싸움 아닌 개싸움을 할 때가 있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우리는 무조건 이겨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개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사회적 지위와 인간관계들과 체면, 자존심 등을 다 유지하면서, 싸우는 나는 하나도 다치지 않으면서 승리를 쟁취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의 품위 따위는 진흙탕에 구를 가능성이 높다.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의 오만함과 그런 내 생각에 편견을 가진 상대방과의 싸움에서 품격 있게 대화로 풀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싸움이라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수준 높은 논쟁, 토론이라 불릴만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수준이 높지 않다면, 상대방 또한 수준 이하라면 필연적으로 개싸움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을 내 몸에 묻히지 않고 싸울 수는 없다. 사회적 평판이나 체면이 더 중요하게 생각된다면 승리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아야 될 것이다. 사실 싸움이란 것 자체가 그렇게 품위 있는 과정이 아니다. 싸움의 목적은 단 하나이다. 그것은 이기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모든 것을 다 던져 진흙탕에 구르더라도 승리를 가져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한 각오가 없다면, 진흙탕에 구르기 싫다면 우리 집 개처럼 멀리 피해서 돌아가야 한다.
물러설 수 없는 싸움
평소 내가 지켜야만 하는 것들에 대한 기준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무엇이 내 삶에서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인지, 무엇이 조금 더 중요한지 생각하고 정리해 본다면 저쪽에서 걸어오는 싸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힐 것이다. 싸우기 전 싸움에서 내가 잃을 것과 지킬 것들에 대한 계산을 반드시 미리 해봐야 한다. 우리의 싸움은 그것이 개싸움이라 할지라도 정확한 계산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싸움에 밑바탕이 되는 것이 분노라는 감정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부가 되는 순간 승리는 커녕 나 혼자 장렬하게 불타버려 재밖에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살다 보면 이길 수 있는 싸움만 싸울 수는 없다. 누구는 질 것을 알더라도 싸워야 할 때가 있다고 했다.(물론 그럴 때가 있다.) 그러나 이기지 못할 싸움은 미룰 수 있다면 되도록 뒤로 미뤄두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힘을 키울 때까지 기다리고 계산하고 실력을 쌓고 승리의 경험을 한 뒤 자신감을 갖고 싸워도 늦지 않는다. 인생에서 바로바로 해결되는 것은 없다. 싸움을 피한다고 해결되지도 않고 이긴다 해도 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세상에서 작은 개에 불과할지 모른다. 진흙탕에서 뒹구는 한심한 존재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평판이나 소문, 사회적 체면 같은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개싸움은 어쩌면 나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겨주는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개싸움을 두려워하지 말자. 사실 살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싸우지도 말자. 그러나 내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것들을 지켜야 할 때는 반드시 싸워 이겨야 한다. 개싸움에서 얻는 유일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승리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