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치
살다 보면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그들의 유일한 기쁨이 자신이 내뱉은 말에 상처받고 어쩔 줄 몰라하는 눈앞에 사람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나는 정신분석학자도 아니고 심리학자도 아니므로 그들의 그런 심리를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나 자신이 그들의 그런 속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통찰력을 키워 그런 사람들을 피해 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보통 아무렇지도 않게 남을 깎아내리거나 농담처럼 툭툭 예의 없게 내뱉는 말들은 대게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에게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동료들 사이나 같은 유치원이나 학교의 엄마들 사이, 아주 가깝지만은 않지만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 기타 어떤 종류의 모임들에서 만나게 되는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만나지 않으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직장에서라면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한 그게 어렵다. 학부모들의 모임 역시 아이들이 엮여 있다 보니 어쩌면 더 힘들지도 모른다. 친구 역시 껄끄러운 한 친구 때문에 다른 친구들 역시 다 보지 않기로 결심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자꾸만 나를 돌려 까는 것 같은 말들과 나를 깎아내리는 말들, 나를 얕잡아 보는 말들, 선 넘는 질문들, 더 나아가 나를 호구 잡으려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떻게 역공을 취할 수 있는 것일까? 나도 더 이상 그들의 공격에 당하고 자존심에 상처받고 싶지 않다. 제대로 한 방 먹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들의 공격에 내가 졌다는 느낌이 싫은 것이다. 심리적으로 그들보다 아래라는 느낌을 받고 싶지 않다.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동등한 위치로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딱히 정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대답도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대처법이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전전긍긍하는 사람일수록 인간관계에 집착하게 되고 그것에 상처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나 자신이 그들의 말에 연연한다는 낌새를 주게 되면 그들은 더욱더 신나게 나를 공격할 것이다. 내가 이미 그들의 영향력 안에 들어왔음을 귀신같이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내가 당황한 심정을 숨기고 반격을 한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나를 더 크게 당황시킬 말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나는 계속 당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공격에 받아치지 못하는 것이 내가 지혜가 부족하거나 똑똑하지 못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은 꼭 알아야 한다. 나보다 기 센 사람이 나를 자신의 아래로 두려고 하는 서열 싸움에서 그보다 내 기가 약했을 따름이다. 세상에는 나보다 기가 센, 못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기가 약한 나보다 기가 센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이기기 위한 공격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그들의 공격에 끄떡없는 나 자신의 방어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그들이 나를 상처주기 위해 공격한다고 한들 내가 끄떡없으면 그들의 공격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나의 방어선을 구축하는 방법의 가장 기본은 나를 잘 아는 것이다. 하루하루 나를 잘 알아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잘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친해지려고 노력하기 전에 자기 자신과 친해지는 것이다.
내가 가장 상처받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좋다. 그런 것들을 정리해 나가면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한 번 생각해 본다. 과거에서 온 것일 수도, 최근에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무의식 저편에서 온 것도 있을 것이다. 언제 화가 나고 부끄럽고 아픈지 상황을 생각하고 더듬어 가다 보면 해답을 만나게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상처를 극복해 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자잘한 상처들은 스스로 치료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
자신이 어떤 말에 상처받는지, 반응하는지, 화가 나는지를 알게 되면 튼튼한 방어선을 만들 재료가 갖춰진 것이다. 이 재료를 가지고 잘 맞춰 쌓기만 하면 된다. 내가 왜 상처받고 화가 나는지 알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에 크게 반응하지 않게 된다. 물론 이 과정은 계속 반복되어야 한다.
나는 자신에 대해 남보다 특별하다거나 높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거나 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 있게 대하는 만큼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은 확실히 가지고 있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나서기를 싫어하는 나이지만 나에게 함부로 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철저히 무관심으로 대한다. 그들에게 더욱더 예의를 갖춰서 대한다. 나와 당신의 거리는 이만큼 멀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그들이 뭐라고 지껄이든 신경을 끈다. 그들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나눠줄 가치가 없다.
나의 가치는 그들의 세치 혀로 인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이 내뱉은 더러운 말들은 당연히 반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