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속에 권력방향

평판에서 얻는 힘

by zejebell

인간이 홀로 태어나 무인도에서 일생을 마치는 것이 아니고서는 누구나 싫던, 좋던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혼자인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물론, 진심으로 홀로 있길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관계'가 피곤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가 관계를 어려워하고 심지어 그것을 두려워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바로 관계 속에 힘겨루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래 권력이라는 힘을 좋아하도록 태어났다고 한다. 인간은 자신에게 어떤 힘이든 - 그것이 미모, 재력, 학력에 의한 - 자신이 그것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런지 유명 드라마에 나왔던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주위로부터 많은 부러움과 더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힘(어떤 종류이건)에 대해 끌리게 된다. 이런 힘에 어떠한 관심도 없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아래의 지위에 존재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른 사람이 자기 자신을 아래로 보고 쉽게 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지위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존중받고 싶어 한다.


가끔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선 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과 마주할 때가 있다. 그냥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려고 하는데 상대방은 계속해서 자신의 질문에 대답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한다. 싫다고 정색하자니 자신이 너무 속 좁은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고 질문한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냥 순순히 대답해 주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 누구나 말하기 싫은, 숨기고 싶은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것을 내보이는 것 역시 내 평판에 문제가 생길까 두렵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상황에 대해 너무 화가 난다. 존중받는 것이 이다지도 어려운 것에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지위의 높, 낮음을 따지지는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서로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평등한 존재이다. 존재에 있어 더 가치 있고 덜 가치 있는 것은 없다.(쓰레기 같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그런 사람은 제외하고) 그런데 동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힘의 균형은 존재한다. 설명할 순 없지만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지인들 사이에도 괜히 만만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앞에서 작아지는 느낌을 주는 사람도 분명 있음을 알고 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들과 관계를 갖게 되는 순간 힘은 더 세게 끌어당기는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힘이 집중되는 사람은 적어도 그 관계에 있어 권력을 갖게 된다.

사람은 혼자서 자신의 위치를 높일 수 없고, 평판을 좋게 할 수도 없다. 관계에 있어 힘이 주어진 사람에게 그 힘을 준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사람이 위로 올라갈수록 그 밑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추종자가 없다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 - 프란스 드 발(영장류 전문가)


국가를 불문하고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인간의 안녕감은 항상 "남들에게 존중받는 정도에 달려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남들에게 존중받고자 하는 욕망은 국가와 문화를 초월한다. 사람들 사이에 수용의 기쁨과 거부의 고통은 가장 원초적인 정서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관계를 얻기 위해(그룹에서 거부되지 않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작은 힘을 더 큰 힘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줘버린다.


직장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가정에서, 심지어 엄마들 사이의 모임에서 조차 우리는 인정(안녕감)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관계에 있어 힘임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안에서 더 많은 힘을 갖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고, 친절하려 노력할 수도 있고, 돈을 쓸 수도 있고, 더 힘 있는 사람과 관계에 기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하는 것이다. 관계에 있어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 하는 여러 행동들이 사실 얼마 안 가는 쓸데없는 짓이란 것을 깨닫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우리가 사회 속에 살아가는 동안은 이런 힘의 관계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신경 쓰지 말자고는 하나 무리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은 역시 고통이다. 적어도 우리가 우위에 서고자 하는 마음은 없더라도 무시당하는 것조차 참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관계에서 덜 힘을 들이고 우위에 서지는 않더라도 존중은 받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주관을 굳건히 하는 것이다. 자신의 철학이 뚜렷하고 그에 따른 일관성 있는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권력에 놀아나지 않을 힘이 자신에게 생긴다. 자신이 주관을 굳건히 한다는 것은 어렵다. 자신 만의 철학을 세우는 것도 삶의 경험에서 시간을 들여 세워지는 것이기에 당장 세우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똑바로 아는 것이 바로 힘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다른 누군가에게 쉽게 주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관계는 지속되는 시간이 생각만큼 그리 길지 않다.


힘은 언제나 이동한다.


누군가의 두려움은 나의 힘이 된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두려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을 분명히 아는 사람에게 어떤 경외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항상 선하려고 애쓰는 자는 선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 틈에서 반드시 파멸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군주는 선하지 않게 되는 법을 배워야 하며, 그렇게 배운 바를 필요에 따라서 이용하거나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 마키아벨리(군주론)


우리는 선하고 친절하려 노력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선함을 짓밟으려는 사람들의 바람처럼 파멸되어선 안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힘은 자신의 기준을 분명히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나온다. 그 힘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 관계를 얻기 위해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주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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