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로 채운 사랑

감동 가득한 사람 이야기 16화 / 파리 예술의 다리

by 강문정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3년 전까지만 해도 파리 곳곳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해체하고 없지만, 특히 아카데미 프랑세즈와 루브르 박물관을 잇는 ‘예술의 다리’에 집중적으로 매달아 놓아 맑은 날엔 금속 자물쇠가 햇살에 반사되어 눈길을 끌었다.


예술의 다리뿐만 아니라 시테 섬과 생루이 섬을 잇는 다리에도, 시테 섬과 소르본 대학을 잇는 다리에도, 에펠탑 계단으로 이어지는 난간에도, 심지어는 샹젤리제 개선문 앞에 있는 카타르 대사관 철책에도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이걸 어디서 사 와서 걸었을까?’ 궁금할 정도로 굵직한 자물쇠들이 번쩍였다.


채울 자리가 없었는지 이미 남이 채운 자물쇠 고리에 자신들이 갖고 온 자물쇠를 걸어 놓은 것도 종종 눈에 띄었다. 지금은 일부 해체작업을 했고, 파리 시청에서 다리에 거는 것을 금지하자 에펠탑 근처와 몽마르트르 곳곳에 다시 빼곡하게 채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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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도 사랑의 빛깔처럼 제각각이다.


도시가 온통 자물쇠로 채워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파리 세느 강에 있는 다리에 자물쇠를 걸어 잠그면 사랑이 변치 않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순식간에 번져 전 세계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아시아계 연인들이 파리에 와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자물쇠를 채운다는 거였다.


자물쇠를 거는 사람이야 “우리 둘만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를 속삭이겠으나 ‘예술의 다리’가 세느 강에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자물쇠로 메워져 있었다.


파리 시 관계자들이 텔레비전 정규 채널 뉴스에 출연해서 “미관상 좋지 않고 해체하는데 시간과 경비도 많이 들어 고심하고 있다”며 자제할 것을 몇 차례나 당부했건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전설 같은 이야기를 믿고 파리에 오는 연인들 행렬이 끊이지 않다 보니 다리 난간에 자물쇠는 겹겹이 늘어만 갔다. 마침내 몇 년을 자물쇠에 포위당해 괴로워하던 파리 시가 적잖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자물쇠들을 해체해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Cles du Pont des Arts.jpg 파리 <예술의 다리>에 채워진 자물쇠들 / 지금은 파리 시가 이미 해체해서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아무리 유행이라지만 남의 나라 건축물에 자물쇠를 걸어 놓은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사람 마음이 건축물이나 집도 아닌데, 왜 자물쇠를 채운단 말인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추억으로 남기려고 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치르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자물쇠 채우기 말고도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게다.


부디 성숙한 연인들이여! 사랑을 지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순간순간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서로에게 신뢰를 지켜 나가는 것이 자물쇠를 잠그고 열쇠는 센 강물에 던지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자물쇠로 채우는 사랑보다는 온화한 눈빛과 진심이 담긴 편지로 교감하는 것이 소중한 사랑을 오랫동안 지속시켜줄 것이니!


사랑에 대한 호기심이나 설렘을 갖는 청소년들, 사랑을 하고 있는 젊은이나 모든 연인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사랑이 변할까 봐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 해도 사랑하시라.


혹여라도 그 사랑하는 마음이 변해 새로운 사람이 생기더라도 부디 한때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서럽게 하거나 비참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헤어진 후라도 먼 훗날 상대방으로 하여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그래도 좋았구나’ 생각하며 그리워할 만큼 자신을 다듬고 인격을 연마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면 우리는 품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감성뿐만 아니라 이성으로 판단하고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Cles des ponts parisiens 3.png 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학술원)와 자물쇠로 채워진 예술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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