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24 첫째
"아빠! 나 이거 100점 받았어!"
어린이집 가방을 챙기던 둘째가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진 받아쓰기 공책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1학년 입학이 반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어린이 집에서도 받아쓰기를 시작했나보다.
"우와!! 역시 우리 리후~! 누나 동생 맞네, 누나가 매일 받아쓰기 100점 받아왔었는데~!!"
덩실덩실 호들갑을 가득 담아 칭찬했더니 둘째는 콧구멍이 벌름벌름, 어깨는 깨춤을 춤을 춘다.
“그런데 우리반에 100점 아닌 친구 한 명도 없어~”
ㅎㅎㅎ 아이들이 다들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선생님이 도와주셨나보다. 방에서 책을 읽던 첫째도 뛰어나와 동생의 100점짜리 시험지를 구경했다.
나, 너, 우리…
자기가 하던 것에 비하면 너무 쉬운 낱말이라 첫째의 눈빛에 잠시 하찮음이 스쳤지만, 그래도 칭찬을 거든다.
앞으로도 계속 받아쓰기 평가를 한다고 해서 저녁 공부에 받아쓰기 연습을 추가했다.
첫째 때는 틀린 낱말을 5번씩 적고, 100점이 나올때까지 몇번이고 다시 평가를 봤었는데 아직 어린 둘째라 그때보다는 강도를 낮췄다.
기출문제 평가를 한번 보고 틀린 낱말을 3번씩 쓰는데, 평소보다 늘어난 공부량에 둘째는 기분이 좋지 않다.
공책을 펼쳐놓고 입이 툭 튀어나온 둘째를 보고 첫째가 말했다.
리후야 그거 되게 힘들잖아.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서 어린이집 가서 100점 받으면 진짜 뿌듯해.
ㅋㅋㅋ 밤마다 새벽 1시까지 받아쓰기 재시험 치며 울던 첫째의 경험담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