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05 둘째
아빠! 축구하러 가자!
토요일 오전, 둘째가 축구하러 가자며 내게 매달린다.
때맞춰 선선한 날씨는 공차기에 안성맞춤이다. 축구공을 챙겨들고 단지내 풋살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아들에게 제대로 축구를 보여주려고 축구화도 함께 챙겼다.
토요일 오전 풋살장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가보다. 아무도 없는 풋살장 한 가운데로 파란 축구공이 구르고, 그 뒤를 따라 둘째가 까르르 웃으며 달려간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같이 살기 전에는 둘째가 공놀이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공에 별로 관심이 없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려면 축구는 할 줄 알아야 할텐데.’ 라는 걱정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요즘 둘째는 축구 하러 가자는 말을 내게 먼저 꺼내기도 한다.
그 동안 공놀이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함께 공놀이를 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었다.
공을 세워두고 차 보라고 권하면 우물쭈물하던 어린이는 자신있게 공을 쫓으며 깔깔거리는 어린이가 됐다.
축구도, 두발자전거도...
함께 살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것들이다.
아직도 탈춤 추듯 허우적대며 공을 차는 둘째를 보며,
이제라도 같이 살아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기분좋은 토요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