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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소소 Sep 21. 2023

과정 음미하기


남편과 카페를 가기로 했다.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카페를 향해 걸어갔다.


한 15-20분 걸었을까.

카페가 나왔다.


그런데 그 카페 앞에 주차장이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말했다.

“주차장 있는 줄 알았으면 여기에 차를 대지 그랬어! “

남편은 말했다.

“그냥 뭐 오는 길에 구경도 하고 그랬으면 됐지 뭐. “


그 말을 듣고 나는 생각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

나는 늘 목적지만을 생각했다.

그곳까지 가는 과정은 그냥 ‘버리는 시간’이었다.

그냥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는.

빨리 목적지까지 가기만을 바랐다. 목적지만을 보았다.


가는 길에 바람이 어떻게 불었는지,

어떤 꽃이 피었는지,

어떤 소리들이 들렸는지,

어떤 향기가 났는지.

모두 놓치고 있었다.


인생에서 어떤 과제가 주어졌을 때도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것만 바라보았다.

역시 과정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고,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카페에서 나와

차로 돌아가는 길에는

주변을 둘러보고 그 과정을 느껴 보았다.


간간히 새소리도 들리고

무언가 음식 냄새도 났다.

파릇파릇 넓게 펼쳐져있는 잔디밭도 볼 수 있었다.

함께 잡은 손이 경쾌하게 흔들렸다.




삶의 순간에서 버려지는 시간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모든 순간 나는 숨을 쉬고 있고 느끼고 있다.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항상 즐겁고 유쾌하지만을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안다.

과정의 순간들을 매번 즐길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떤 맛인지 음미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매운맛 과정을 겪고 있는지, 새콤한 맛 과정을 겪고 있는지, 달달한 맛 과정을 겪고 있는지, 씁쓸한 맛의 과정 속에 있는지 말이다.

과정의 순간들을 빨리 해치우려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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