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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May 10. 2024

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

책 : 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김경집/그래도 봄


 "인생에는 서두르는 것 말고도 더 많은 중요한 것이 있다." 153p-


 한왕용은 1994년 초오유 등정을 시작으로 2003년 브로드피크에 이르기까지 히말라야 8,000미터급 거봉 14좌를 3번 째로 완등했다. 

 봄이 오고 있다. 찬바람 매서운 겨울 날씨를 핑계 대며 산을 오르지 않았는데 이제는 봄이 오고 있다. 봄꽃과 함께 등산을 해야 할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 산을 오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숨이 가쁘고 다음날까지 다리와 어깨가 뻐근하다. 물론 자연을 가까이하고 정상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것은 행복하다.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마음도 생기고, 내려오는 발걸음과 산 아래에서 만나는 맛있는 맛집들도 행복이다. 그런 많은 행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산을 오르지 않는 심리란 무엇일까?

 산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해야 하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몇 년 전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 올랐을 때의 벅찬 감동은 아직도 마음에 있다. 가을이 되면 다시 지리산에 오르고 싶은 두근거림이 생길 정도다. 작년에는 언니와 한라산에 올랐었다. 영실을 지나 남벽분기점까지 왕복 6시간을 걸었다. 한라산의 절경은 6시간이 아닌 6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절경을 선사했다. 


 산에 오르고 싶은 봄, 가을이 되면 한, 두 번 정도 등산을 한다. 그 정도만 한다. 등산장비도 없을뿐더러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없기도 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산을 오를 이유가 없고 등산을 해야 하는 목적이 없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면 나는 후자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한왕용은 산에 오를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다. 

 그가 2002년 K3로 불리는 브로드피크를 등반하던 중 일본 산악대장으로부터 C2 텐트 속에 너희 나라 원정대들이 버린 음식물이 아직도 많다며 쓰레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그 일이 있은 후 6년 동안 에베레스트 8,000미터 고지까지 올라가서 쓰레기를 치웠다. 텐트, 산소통, 음식물 등이다. 등반하는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고 온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완등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못 본 체 하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완등하기 위해 산에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사람들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몇 번 가지 않지만 산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이 더 났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나를 알아줘서 보람 있고 행복한 게 아니라, 내가 일을 하면서 자존감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으면 그 자체로 행복하고 고마운 거다." 161p-

 좋아한다는 말의 무게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것의 한 면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말이다. 산을 좋아한다면서 산을 훼손하고 쓰레기를 버린다면, 그리고 그런 행동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른다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내가 진정 산을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산을 올랐을 때 내가 얻을 보상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왕용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그는 산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그는 누구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한왕용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도 되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최초의 산악인'이라는 말이 아닌  '히말라야 청소부'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국제 위러브유운동본부' 홍보대사로 일하게 된다. 

 한왕용의 이야기는 산에 대한 가졌던 생각들을 변화시켰다. 정상까지 가야 한다는 것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욕심이라는 것, 등산을 하면서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지 말고 자연 앞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3월이 가기 전에 미륵산에 올라야겠다. 산을 좋아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나 또한 산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에 목적을 두어야겠다. 그래서 나도 산에 오르는 행복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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