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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Jun 24. 2024

소상공인의 도전은 계속된다

 운영하던 작은 교습소를 이사하게 되었다. 예전엔 꽤 괜찮은 자리였는데 학교 근처에 새 상가가 생기고부터는 학생들의 이동이 뜸해졌다. 교습소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일처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돈은 차차 벌면 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수입이 많지 않은 것에 반해 월세와 부가적으로 나가는 돈은 많았다. 버티며 힘들어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년 만에 다시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2년이면 너무 빠른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삶이 그렇지 않은가. 잘 되는 자리를 골라 장사를 하고 그러다가 버티기 힘들어지면 닫는 것. 이런 반복이 없으면 좋겠지만 내 건물이 아닌 이상 요즘 같은 불경기에 오래 버티는 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소상공인의 마음은 소상공인이어야 알 수 있다. 이제는 문을 닫는 가게들을 보면, 그리고 그곳에 남아있는 인테리어나 집기들을 보면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고민했을 시간과 노력들이 더 진하게 와닿는다.


 이사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인테리어비가 아까워서, 이사가 힘들고 비용도 들어서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몇 달이 흘렀다. 하지만 고민을 깊이 해보아도 해결책이 있을 리 없다.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고민을 터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건물주에게 이번 달까지 하고 나가겠다는 통보를 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싶었다. 일단 저지르면 속이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보니 솟아날 구멍은 다 있더라. 다행히도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았고 계약도 잘 되었다.


  딱히 좋은 점은 아니지만 두 번의 이사로 내공이 쌓였다. 큰일은 마무리가 되었고 나머지 물건들을 정리해야 했다. 냉장고는 그곳에 있어서 처분, 티브이는 사용빈도가 적어서 처분, 책장은 이사 갈 곳과 맞지 않아서 처분해야 했다. 그리고 읽지 않는 전집들과 출판사에서 드림받았던 책들은 나눔을 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당근 앱에 들어갔다.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 신기하게도 10분도 안 되어서 문자가 왔다. 계속 왔다. 그리고 당일 모든 거래가 완료가 되었다. 이건 무슨 경우인가. 당근이란 게 이렇게 활발한 시장이었나. 잘 처분하게 된 것이 감사하면서도, 소비를 줄이고 선순환을 하는 모습이 아름다우면서도 마음 한 곳이 착잡했다. 불특정 한 어딘가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고 싶은 소소한 반항심이 일었다.


  이제 소상공인으로서 작은 목표를 가지고 또 다른 시작을 하려고 한다. 당근을 이용하고 손수 짐들을 옮겨가며 버티려는 자신을 칭찬한다. 인간의 삶에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능동적으로 실패를 '선택'했고 다시 성공에 '도전'한다. 다양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생각으로 다양성의 한 면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소상공인으로서 선택과 도전을 향하는 그들의 삶은 아름답다고 편들어주고 싶다. 소상공인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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