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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May 10. 2024

통영에 살면서



 나는 통영살이 17년 차다. 부산에서 태어나 27년을 살았고 그다음으로 오래 산 곳이 통영이다. 남편 직장을 따라오게 된 통영의 첫인상은 바다와 어시장을 끼고 있는 부산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서인지 낯설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늘 보던 바다지만 파도가 잔잔하고 굴 양식장이 가득하다는 점과 지리적 위치가 다르다는 것만 빼면 먹거리와 사투리가 오히려 친숙해서 적응하기 편했던 것 같다.
 
 아쉬운 게 있다면 통영에 17년을 살았지만 정작 통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누가 통영에 대해 물어보면, 가령 어디가 맛집인가, 소개해 줄 관광지는 어디인가, 어느 섬이 좋은가 등을 물어보면 난감하기 일쑤다. 바다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배를 타는 것을 무서워한다. 그래서 오래전 친정아버지께서 오셨을 때 한산도에 갔던 것이 유일한 섬 여행이었다. 지인들과 자주 갔던 식당이 나에겐 맛집이고, 집과 직장과 아이들의 학교 정도가 경계선이다. 그러므로 '나는 통영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라고 말하고 은근슬쩍 다른 대화로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나의 고향은 부산이기에 통영은 언제 떠나더라도 미련이 남지 않을 것처럼 단정 지으며 살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부산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부산에 살았더라면 겪었을 일들에 대한 환상이 점점 커져가기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통영에 올 때 부산으로 돌아갈 날을 정해 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 열지 못한 마음으로 통영을 바라보았으니 17년이나 살았어도 여전히 이방인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영에 계속 살 거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라고 말할 것 같다. 통영이 너무 좋아졌다든지 통영을 떠나선 살 수 없다는 극적인 느낌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곳에서도 살 수 있는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통영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잘 살아낼 자신이 있다. 내가 통영 살이를 계속할 것 같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어느 지역을 가도 부산이 아닌 통영을 제일 먼저 떠올리고 통영을 기준 삼아 다른 지역에 잣대를 들이대며 '그래도 통영이 났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피랑을 가보지 않아도, 욕지도를 가보지 않아도 통영은 그 자체로 내 삶에 스며들어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요하고 평온하여 있는 듯 없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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