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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강 Oct 25. 2022

잠투정

아침이 다가오는 걸 안다. 미처 다 닫지 못한 커튼 틈 사이로 새벽의 파란색이 흘러 들어온다. 방 안에 차갑게 내려앉은 공기는 다시 분주해질 준비를 한다. 체온으로 따듯해진 이불과 침대 사이.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이 성역에서 나가 차디찬 공기와 맞설 용기가 나지 않는다. 조금만 더 이불 속에 있고 싶다. 지난밤의 꿈에서 깬지는 오래지만 그 꿈의 끝자락을 놓기가 싫다. 이불 속에서 평생을 살고 싶다.


어제는 힘든 하루였어. 생각한 대로 풀리는 일이 없었지.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고 말이야. 여기저기서 치이기나 하고. 그래서 이 시간이 소중해. 지겨운 하루 끝에 나를 기다리는 포근한 잠자리. 깔끔하게 샤워를 마치고 덜 마른 머리는 상관 않고 냅다 누워버리는 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잘 수 있도록 베개를 정리하고, 발목부터 턱 끝까지 두꺼운 이불을 덮어버리는 일. 하루 종일 이것만 보고 달려왔어.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발과 머리카락은 건조한 내 방이 잘 말려주겠지.


나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과 이불 한 장으로 단절을 한 지금. 이제 곧 알람이 울릴 것을 아는 지금. 어머니가 주방에서 분주한 아침을 시작하시는 지금. 나는 이불 밖을 나가기가 싫다. 따듯하지 않은 상태에 금방 익숙해질 것을 알면서도. 소변을 참는 것이 곧 한계인 것을 알면서도. 도통 나갈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기분 좋게 서늘한 코 끝만이 이른 아침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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