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니 Feb 02. 2023

나름대로 이유 있는 아이들의 선택

  <딱, 일곱 명만 초대합니다(오채/문학과 지성사)>

무인도에 갖고 갈 3가지 물건은? 이런 류의 질문을 받을 때면 선뜻 쉽게 떠오르는 게 없다. 일단 막연하다. 그래도 분명한 건 질문을 받으면 호기심이 발동한다는 사실, 그리고는 테두리 없는 상상을 하며 선택한 것에 대한 나름의 근거를 찾으려 애쓴다. <딱, 일곱 명만 초대합니다>는 이런 과정을 잘 보여주는 저학년용 책이다.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에 이야기 속 아이들은 신중하다. 



배경은 학교 수업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선생님은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거울사막 - 우기에 소금사막의 소금이 녹아 하늘을 거울처럼 비춘다 하여 붙여진 이름 - 여행의 안내자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아이들의 특성을 감안해 만든 몇 가지 장치는 마치 진짜 여행을 떠난 듯 실감 난다. 거울사막으로 떠나는 비행기 이륙장면, 난기류를 만났을 때 흔들림,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해 준비한 약(실제로는 사탕) 등 갖가지 장치들이 현실감을 더한다. 이 신나는 여행에 아이들은 딱 일곱 명에게 초대장을 보내 함께 떠날 수 있다.  5명은 가족과 친척 중에서, 나머지 2명은 친구 중에 선택해야 한다. 


선택 과정에서 아이들은 어땠을까. 가장 소중한 가족을 택했음은 물론이다. 5명을 선택할 수 있으니 친척을 포함해 누구를 선택할까 고민해야 한다. 가족에 반려동물을 초대한 아이도 있다. 친구는 2명밖에 선택할 수 없어 마찬가지로 심사숙고해야 한다. 


문제는 여행 중 부득이하게 일어난 사고.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났을 때, 빨간 차바퀴가 빠져 더 이상 운행이 어려워졌을 때, 거울사막을 향하는 낙타 두 마리가 신기루를 만나 더 이상 가기 어려워졌을 때. 그때마다 아이들은 선택했던 사람 중 누군가를 버려야(이름 쓴 종이를 구겨서 버려야 했던 행동에 대한 표현) 하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한다. 이쯤 되면 신났던 여행이 잔인한 여행이 되는 순간이다. 과정이 준 경험은 아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묵직함이 느껴진 책이다. 내가 아이들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누구를 초대하고 누구를 버렸을까. 선택의 과정에서 아이들만큼 솔깃한 근거를 찾을 수 있었을까. 초대했던 사람들을 무사히 구하고 여행을 마친 후 아이들이 4행시로 소감을 남기는 것처럼 나 역시 4행시로 마무리해본다.  


 : 거대한 선택, 작은 선택

 : 울 아이들 앞에 놓여 있는 수많은 선택

 : 사다리를 타고 오르 듯 하나씩 하나씩 선택들이 모여 성장 한다.

 : 막연해 보여도 그들(아이들)의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핑크빛 숲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성장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