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선물

by 석담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에 세상은 붉게 데워지고 사람들은 지쳐간다.

주말 농장에서 제일 자주 찾는 곳은 언제나 시원한 그늘 밑.

목련 꽃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지는 못하지만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스쳐가는 시골의 텃밭은 저절로 시 한 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아침이면 만나는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다양한 꽃들과 밭 구석구석에서 영글어가는 채소와 과일의 풍성함을 바라볼 때면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고마울 따름이다.

비 예보가 있는 오후 무렵은 또 얼마나 기다려지는 계절의 신비함인가?


뜨거워진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고 메말라버린 농심에 시원한 단비를 내려주는 기후의 변화무상함 또한 자연의 선물이다.


단호박 두 개가 신기하게 달린 모습을 보면서 농부는 벌써 찐 단호박의 부드러움과 단호박 죽의 달콤함을 떠올린다.

과연 수박이 열릴까 하는 기대감 반 의구심 반으로 심었던 수박 모종은 앙증맞은 수박 두 개를 떡하니 내 눈앞에 과시하며 질긴 생명력을 보여 주었다.

어떻게 해 먹는 채소 인지도 모르고 심었던 여주 모종은

아주 이상한 열매를 달고 쉬지 않고 가지를 뻗고 있다.


일주일 만에 찾은 농장의 오이 줄기는 상상하기 힘든 다듬이 방망이 만한 커다란 오이를 몇 개나 달고 있었다.

빨간 방울토마토, 그리고 그것만큼 자란 사과 여러 알도 농부를 잔뜩 기대감에 부풀게 한다.


어제는 축구공만큼 튼실하게 자란 양배추를 수확했다.

내가 물 주고 김매서 키운 양배추가 시장에서 파는 양배추만큼 크게 자랐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여러 개를 따서 부모님과 이웃들과 나눔을 했다.

금전적인 값어치로 따지면 소소한 것이지만 내가 키운 채소를 이웃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양배추를 받은 동네 형님은 지나가는 길에 우리 밭 감나무에 약을 쳐주는 고마움을 선물해 주고 갔다.


자연의 선물은 인간의 삶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메마른 작물을 살리는 단비는 온갖 작물과 나무를 살리고 영글게 한다.

그러면 그것들은 열매와 채소와 먹을거리를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으로 그들의 도리를 다한다.


농부는 단지 조금 거들뿐 자연이 하는 것이다.

그 결실은 농부에게 나눔이라는 소중한 인연을 선사하고 우리네 삶은 더 성숙해 가는 것이다.

농부는 나눔이라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선물을 다시 이웃들에게 베풀며 자연의 은혜에 보답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오롯이 즐거움의 일환이며

이곳 낙만정(樂滿亭)에서 내가 실천하고 행할 삶의 숙제인 것이다.


오늘은 자연 앞에서 그의 위대함과 고마움이 새삼 새로운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