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사랑하고 싸우고 참고 견디는 부부
10화
결혼기념일에 떠난 대만 여행
by
석담
May 2. 2023
아래로
4월 27일은 해마다 돌아온다.
1997년 그날은
우리 부부가 부부의 연을 맺은 날이다.
올해는 결혼한 지 26년이 되는 해이다. 아내는 봄부터 결혼 25년은 은혼식(銀婚式)이라며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원래는 작년 결혼기념일이 은혼식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에 내가 준비할 수 있는 해외여행 이벤트는 전무했다.
올해는 달랐다.
결혼기념일을 즈음해서 부부만 해외여행을 가야겠다고 비밀리에 추진했지만 입이 근질거려서 그 비밀은 곧 가족 모두가 공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이미 이 프로젝트를 지난가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여행 날짜가 정해졌다.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3박 4일로 결정했다. 노동절 연휴를 끼워 결혼기념일
다음날인 4월 28일만 연차를 내면 5월 1일까지 황금 같은 여행 스케줄이 나왔다.
보너스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나의 비행기 왕복 티켓을 구매하고 아내의 티켓은 돈을 지불하고 구매했다.
다음은 호텔 예약 순서였다.
인터넷 여행 숙박 앱을 이용해서 조식이 포함된 평점 9.3점의 가성비 좋은 호텔을 예약해 두었다.
결혼기념일 여행이라고 호텔예약 사이트에 메모를 남겼더니 와인 한 병을 룸서비스해
주겠다며 축하해 주었다.
이제 최고 난도의 숙제가 남아 있었다.
3박 4일 동안 대만 타이베이에서 해야 할 여행 스케줄을 짜는 일이었다
.
인터넷 검색을 하고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책을 구매해서 탐독했다.
그리고 마침내 3박 4일의 일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도착하자마자 타오위엔 공항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해 둔 교통카드(이지카드)를
수령하여
지하철을 타고 타이베이 메인 역으로 갔다.
그곳에서 첫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호텔로 갈 계획이었지만 30분 넘게 헤매 다녀도 갈아타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항지하철 타는 곳과 시내로 가는 지하철 타는 곳은 완전히 다른 곳에 있어서 갈아타는 것이 애당초 어려운 일이었다.
묻고 또 묻고 해서 어렵사리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우리 부부는 근처에 있는 국립대만박물관을 보기 위해서 걸어서 이동했다.
박물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대만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종일 투어를 이틀이나 예약하는 바람에 더 유명한 국립고궁 박물관을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
호텔 근처의 중국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시먼딩 근처에 있는 절 용산사를 찾았다. 그곳에서 아내는 딸들의 성공을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용산사를
나와서 근처의 야시장을 구경하고 첫날을 마무리했다.
이튿날은 예류, 지우펀, 스펀 투어가 예약되어 있었다.
9시 출발이라 우리는 서둘러 타이베이 메인 역으로 향했다.
예류 지질공원의 여왕머리를 닮은 바위에서 20분이나 줄을 서서 인증 사진을 찍고 지우펀의 복잡한 가게 골목을 걷고 스펀에 가서 천등을 날렸다.
천등에는 부모님과 장인어른, 그리고 우리 부부와 두 딸의 행복과 건강을 비는 글을 적어 하늘로 떠나보냈다.
둘째 날부터는 이동거리가 엄청나 마칠 무렵에는 둘 다 녹초가
되었다
.
이날 저녁은 맛집이라고 알려진 곱창국수를 먹으러 갔다.
미리 구매한 바우처를 보여주고 나는 대(大) 자, 아내는 소(小) 자의 곱창국수를 한 그릇씩 받아 들고 먹기 시작했다.
아내는 반도 먹지 못하고 너무 기름기가 많아서 못 먹겠다며 두 손을 들었다.
여행하는 내내 아내는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거의 굶다시피 했다. 나 혼자서 너무 맛있게 먹어서 미안할 지경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체중 증가, 아내는 체중 감소의 다이어트 효과를 보고 말았다.
나는 아내에게 세계일주를 하려면 어느 나라 음식이던지 가리지 않고 잘 먹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내의 식습관이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삼일째 일정은 아침 7시부터 시작이었다.
그날은 화련의 타이거루거 협곡과 청수단애 투어가 하루종일 예정돼 있었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협곡과 옥색의 계곡물은 장관이었다.
점심 식사 후에 현지 과일인 부처님 머리를 닮은 석가와 그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두리안도 처음으로 먹어 보았다.
저녁 식사는 여행 중 마지막 만찬이라는 생각에 백화점의 중국 레스토랑을 선택했다.
북경오리와 수프, 그리고 야채볶음, 후식으로 롤스틱을 하나 주문했는데 예상대로 비싼 저녁식사였다.
식사 후 여독을 풀 요량으로 두 시간짜리 타이 마시지를 예약해 두었다.
아내는 진심으로 마사지를 즐겼고 만족해했다.
여행의 마지막은 언제나 아쉽다.
4일째 되는 날 아침, 우리는 공항에 가기 전에 약간의 시간이 남아 다이안(大安)에 있는 삼림공원(森林公遠)에 갔다.
도심에 있는 생태 공원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종류의 새들과 청설모, 그리고 수생 동식물이 살고 있었다.
공원에서 돌아와 짐을 싸서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면세점에서 나는 아내를 위한 결혼기념일 선물을 준비했다. 살아오면서 명품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내를 위해 소위 명품 팔찌를 하나 사서
선물했다
.
아내는 정말 좋아하고 기뻐했다.
아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이번 여행은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50주년에도 아내와 같이 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keyword
결혼기념일
여행
대만
Brunch Book
사랑하고 싸우고 참고 견디는 부부
06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어려워
07
부부는 한 곳을 보고 같이 걸어간다
08
아내의 도움으로 사지에서 돌아오다
09
마누라 예찬(禮讚)
10
결혼기념일에 떠난 대만 여행
사랑하고 싸우고 참고 견디는 부부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0화)
24
댓글
4
댓글
4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석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일하며 농사짓는 도시농부입니다. 남는 시간에는 사람의 향기를 찾아 산에 올라요.
구독자
238
구독
이전 09화
마누라 예찬(禮讚)